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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

★진달래★ 2012. 11. 25. 16:05

감사기간에다가 내년 예산작업까지 겹친 마당에 시제날짜가 잡혀 연락이 왔습니다. 장손이신 형님은 은근히 다들 바쁘다고 참석자가 적어 걱정이다. 라는 투로 전화를 해서는 ‘이번에는 좀 빠지면 안 될까?' 하던 마음에 쐐기를 박더군요. 어제 저녁만 해도 전혀 같이 갈 기미를 안 보이던 작은아들이 갑자기 같이 가주겠다고 인심을 써서 심심하지는 않겠군! 위안을 하고 있었습니다. 새벽에 일찍 깨웠는데도 잘 일어나더군요.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 고향에 도착, 큰집에서 마련한 제물을 싣고 선산에 도착하니 산중에 서리가 마르지 않아 문중어르신들이 시간을 더 지체시키고 있더군요.

 

 

일 년에 한 번씩 대하는 서먹서먹한 종가의 인척들과 소란하게 인사를 나누고 시제장소로 음식을 들고 올랐습니다. 작년에 한 번 빠진 탓인지 많은 어르신들이 보이지 않아 물었더니 편찮으신 분들이 많더군요.

 

 

 

어쩐 일인지 올해는 제가 산신제 지내는 제주가 되었습니다

 

 문중 랭킹 2위이신 어르신이 조상님들에게 시제를 지낸다는 보고를 드리고 있습니다

 

 

합동 시제장소에서 제물을 진설하는 데에 이견이 생겨서 어르신 한분은 큰소리를 지르시고....매년 있는 일입니다만 음식 진열하는 순서가 그리 큰 문제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문을 읽으시는 어르신이 좀 실수를 해서 몇 대 어르신 함자를 틀리게 읽었다고 또 소란이 일었습니다. 눈이 많이 나빠지셔서 그런 거라고 이해를 하면 별거 아닌데 말입니다.

 

 

우리 집은 문중에서 항렬이 낮아서 절하는 제자리는 맨끝자리입니다. 그래도 형님은 장손이라고 한 30번 안에는 드는데 말입니다. 내년부터는 줄서는 순서를 더 엄격히 한다고 해서 계산을 해보니 저는 세 번째줄 끝자리로 밀리게 생겼더군요. 고등학교 한참 후배인 한 놈이 꼭 문중행사에서는 제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서 하대를 하는데 이번에도 또 그러더군요. 속으로 화가 좀 나긴 했습니다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요. 지가 더 어른이라는데...ㅋㅋ. 사실 저의 형수되시는 아지매도 작년에 참석했다가 한참 어린 것한테 하대를 당해 마음이 상했다고 합니다. 항렬이 그 뭣이라고....ㅎㅎㅎ.

 

그런데 묘제를 마치고 집에 도착했더니 마누라가 "그거는?" 하고 묻는 겁니다. 아참! 올해는 왜 쌀을 한가마 안 주는지 모르겠네요? 해마다 벌초나 묘제에 참석하는 사람에게 쌀 80kg 한가마를 줬는데 올때까지 그걸 생각 못했네요? 에이그...늦은 점심을 읍내 나가서 추어탕을 먹었는데 거기서 바로 집으로 오는 바람에 쌀을 챙겨오지 못했습니다. 이 불경기에 쌀 한가마도 못 얻어오고....정신을 어디다 두고 사는지? 갈수록 살기가 자꾸 어려워집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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