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집안야그

작은놈 합격

★진달래★ 2015. 11. 6. 21:46

 

 

음! 오늘 제가 자살방지중재어시스트 전문가 수료증을 취득한 날이랍니다. 삶이 고달파 죽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새삶을 열어주는 중재자 자격증인데 사실 제가 너무 민원에 시달려서 교육을 지원하게 됐답니다. 막상 자격증을 받고 보니 그게 또 남을 살리는 교육이더라고요.

 

그 교육을 받는 도중에 어제 문자를 받았는데......어쨌든 요즘 불초 소생 자식이 면접을 치러야 하는 반아이들을 도와주는 면접관으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ㅋㅋㅋ. 수시 최종 합격을 했다는 말씀이지요. 성적은 큰놈에 비해 그리 뛰어나지 못해서 늘 걱정시키고 있었지만 무슨 일이든 큰 어려움 없이 수훨하게 나아가는 게 제 말에 따르면 고교 1학년 때부터 차근차근 자기추천제 입학을 준비해온 결과랍니다.

 

정시를 치르고 해를 넘겨 2월까지 가슴을 졸이면서 대학을 간 큰놈에 비해 작은놈은 수시 1차에 척 붙더니 면접 전날 모텔에서 잘 때까지 그리 긴장하지도 않았답니다. 그런데 어제 자기추천 입학 5명 안에 들었다는 겁니다. 물론 학교에서 난리가 났지요. 유사 이래 자기추천제로  합격한 학생이 몇 년 만에 두 번째랍니다.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로 5명을 뽑는데 자기소개서 잘 쓰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더군요. 물론 수개월 전부터 학교에서 면접을 대비하여 예상 질문서를 만들고 외워서 준비를 해왔지만 막상 그 준비한 내용에 대한 질문은 하나도 안 나오더랍니다. 다행히도 제가 면접 전날 모텔에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자세, 면접을 마치고 나올 때의 예의, 마지막 면접관에게 드리고 싶은 당부의 말씀, 등을 혹시나 싶어 연습을 시켰는데 그게 바로 질문으로 나와 결과적으로 주효했었다는 우리끼리의 뒷담화랍니다.

 

 

어쨌든 어제 축하 외식을 해야 되는데 제가 교육 중이어서 오늘 단골횟집에 가 줄돔을 썰어놓고 처음으로 소주 한 잔을 늦둥이에게 따뤄주면서 엄마 아빠가 참 고맙게 생각하고 저거 엄마가 사랑한다고 말하니까 아들놈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정말 예상외의 합격통지서를 받고나니 너무 대견하고 고맙고 그렇네요. 담임이랑 학원선생님, 입학컨설턴트 등 여러 사람들에게 감사문자 보내고 받으니 이제 정말 실감이 납니다. 오늘 교육 마치면서 전 교육생들한테 단체 박수까지 받았답니다.

 

 

수능이 상관없는 합격이라니 살맛이 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놈이 실토하기를 집에서 공부하다가 머리가 무겁다고 바람 쐬러 밤에 나갔다가 오곤 했는데 그것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여친을 집에 데려다 주고 온 것이라고 하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입니다. 뒤늦게 저거 엄마가 그 여학생에 대한 취조를 시작하는데 하나마나지요?

 

 

촌에서 자란 사람답게 맨 처음 물어보는 말이 너거 손은 잡았나? 하는데 제가 생각해도 우스워서 겨우 참았네요! 막내라서 그냥 아직 어린 줄만 알았더니 제 할 짓은 다하고 있었다니 기특하네요. 오늘 소주 두 잔째는 극히 사양하더라고요.

 

 

 

 

 

 

 

 

'집안야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끄러지기 없기....  (0) 2017.07.22
늘 돈이 문제!  (0) 2016.12.26
벌초 하셨나요?  (0) 2015.09.16
내가 왜 이럴까?  (0) 2015.07.11
죽은 시계와 할머니  (0) 201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