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여 전에 처남이 집들이 때 선물로 준 시계인데 며칠 전에 또 숨을 거뒀어요. 약발이 다 됐나 싶어서 새 걸로 바꿔도 보고 이리저리 만져봤지만 전혀 회생의 기미가 없더군요.
몇 년 전에도 겨우 시계방을 수소문해 고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수리비가 적지 않게 나와서 어쩌나 하고 있었답니다. 엔간한 시계 같으면 버리고 말겠지만 좀 고풍스러운 멋이 있는 것이 껍데기 가격이 좀 있어서 말입니다.
마누라는, 마! 그냥 멈춘 채로 놔두지. 하더군요. 근데 사람이 평소 버릇이 있어서 시간이 궁금해지면 그 시계로 눈이 가다가 참, 저 시계 죽었지! 하는 것도 별로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이런 경우 어쩌나 싶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글쎄 아주 싼 가격으로 조립할 수 있는 시계 부품이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더군요. 역시 알아보고 물어보는 게 최고더군요. 무소음 무브먼트 2번으로 즉시 주문을 하고 오늘 저녁에 그 시계를 받아 조립하게 된 겁니다.
정말 잘 가네요. 초침이 빨간색이라 고풍스러운 멋에 약간 흠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시계를 어느 천재가 만들었나 싶네요. 소음 하나 없이 정말 조용히 시간을 알려주고 있답니다. 몇 만원 수리비 줄 걸 택배비 해서 만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시계를 하나 구했습니다.
지난날 높은 가격으로 시계를 고쳐줬던 그 수리공에게 고마워했던 마음이 일순간 사라지면서, 바가지 썼었군! 하는, 역시 인간은 간사한 동물입니다. 다음에 고장이 나면 좀 더 화려하고 멋진 시계로 조립해 봐야지 하는 자신감이 다 생깁니다.
껍데기가 아무리 멋있어도 돌아가지 않으면 그건 시계가 아니지요. 그렇다고 보기 좋은 그림은 더욱 아니고....전자시계 고장났다고 버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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