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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야그

아! 정말 나는 부족한 사람이야!

★진달래★ 2022. 6. 15. 22:36

 

선거

 

52일만에 일상으로 돌아오니 벚꽃은 다 지고 없었다. 심신을 다해 지지했던 후보는 생각외로 처참하게 깨졌고 경쟁상대였던 현시장은 완벽하게 승리를 챙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팔이라는 비아냥을 감수해가며 당원과 일반유권자의 감성에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고 후보의 참신성과 젊음의 패기도 주목받지 못했다. 살아오면서 단시간에 그렇게 많은 글을 SNS상에 올리기도 처음이었고 정성과 열성을 다해 후보를 광고해 보기도 처음이었다.

 

경선이 끝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본선거 상대가 정해지자 양쪽 캠프에서 서로 도와달라는 전화가 왔지만 경쟁캠프에 있다가 부른다고 쪼르르 달려가는 것도 양심에 어울리지 않아 고사했다. 그깟 돈이 뭐라고.....

 

패인이 온통 내 부족인 것 같고 표정관리도 서투른 탓에 해단식에도 가지 않았다. 끝까지 나와서 캠프식구들을 챙겨달라는 후보의 부탁이 있었지만 미안하다고 고사했다. 패자무언이다. 침묵하는 것이 최선이다.

 

평소 가까웠던 지인, 친구들마저 각자 다른 캠프에서 활동한다는 이유로 서먹해지고 지지자들끼리의 과열된 선거활동으로 얼굴을 붉히는 일은 민주주의 완성판이라는 선거의 또 다른 어두운 얼굴이다. 공적인 사정으로 허위의 내용을 인터넷상에 올린 이들을 선관위에 제보하여 재판정에 서게 하는 것도 역시나 내 성정은 아니다.

 

현시장도 본선거에서 물을 먹고보니 그간 경선과정에서 다퉜던 많은 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선거가 뭐길래 그렇게 기를 쓰고 서로를 질시하고 깎아내리려고 그랬을까? 말이 원팀이지 경선과정의 그 상처들이 고스란히 남아서 본선거까지 간다는 것을 사람들은 왜 모를까?

 

선거 끝나고 나니 남는 것은 한 뭉텅이의 명함과 통장에 꽂힌 법정수당이다. 그 수당으로 몇 년 간을  별러 온 낮잠자기 딱 좋은 소파를 하나 장만했다. 20여년 전에 300여만원을 주고 샀던 물소가죽 소퍼는 마침 아파트 경로당에서 필요로 해서 가져다줬더니 고스톱 치시던 할머니들께서 매우 고마워하셨다.

 

선거사무장으로 있으면서 VIP 손님을 접대하러 갔었던 맛집을 순례하며 50여일 소원했던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지나고 보니 꿈 같은 시간이었고 나의 역부족을 실감한 날들이었다. 두 번 캠프에 몸 담으면서 두 번 다 경선에 졌으니 나는 선거운동에 소질이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양을 해도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후보들 역시 사람 보는 눈이 낮은 게 아닐까? 마치 키워 놓으면 등에 칼 맞는 문재인처럼 .......

 

미니 태양광

 

시홈페이지에 '내집 태양광발전소 만들기' 지원사업이란 것이 떴다. 아파트 베란다 창틀에 미니태양광 시설을 설치하여 전기요금을 아끼게 지원해 주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작년에 시기를 놓쳐 지원을 못하다가 올해에는 공문을 일찍 본 탓에 즉시 준비한 서류를 챙겨 아파트관리사무소에 설치동의서를 신청했다. 아무래도 창틀에 태양광 판넬을 설치하다 보면 불의의 사고도 있을 터 인즉 이웃의 민원에 대비하여 관리실의 동의서를 받아야 했고 아랫집의 설치동의서도 받아야 했다.

 

그런데 대뜸 관리사무소장이 내 서류를 보더니 사장님 댁에 전기세도 얼마 안되던데....하며 말끝을 흐리는 것이다. 내집 전기요금이 10원이든 100원이든 니가 그걸 왜 관심을 가지는데? 싶었지만 동의서를 받아야 지원을 할 수 있으므로 꾹 참고 저자세로 요청을 했다. 끝내 마뜩찮아 하는 관리사무소장의 주름진 이마가 지워지지 않았다.

 

설치 동의서를 받으러 아랫집을 방문했는데 벨을 네 번이나 눌러도 기척이 없었다. 술만 먹었다하면 날밤을 까도록 떠드는 집이라 대면하자니 속이 불편했지만 답답한 놈이 나인지라 꾹 참고 벨을 한 번 더 눌렀다. 그랬더니 신발 끄는 소리 후에  '뭐요?' 하면서 대번에 시빗조로 주인이 문을 열고 나왔다. 본인이 평소 지은 죄가 많으니 얼마나 이웃들이 찾아와 항의를 했겠는가?

 

윗집에서 왔다니까 뭐 때문에 왔냐고 해서 이러니저러니 길게 설명을 하자니 들어오란다. 낮잠을 때렸는지 온 집안이 컴컴한데다 정돈되지 않은 가구들이 어지러워서 사람이 이렇게도 살 수가 있구나 했다. 서류에 이것저것 설명을 하고 사인을 받는데 자기도 이걸 설치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려면 술 부터 좀 끊어라 인간아! 하고 속으로 욕을 했다. 자기도 퇴직한지 2년차라고 하는데 나이가 나보다 한살 아래였다. 나올때 인사를 잘 하더라. 동의서를 관리사무소에 가져다 주고 이리저리 설치동의서를 기다리는데 소식이 없어서 전화를 해보니 내 동의서에 관리소장 직인을 찍으려면 입주자대표회의를 열어야 하는데 그게 24일에 회의가 있단다. 기가 찰 일이다. 서류를 갖다 준 날이 4일인데 20일이나 기다려야 된다니.....

 

태양광설치 회사에 전화를 해서 올해는 꼭 지원을 할테니 지원자 순위에 넣어달라고 하니 그러겠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올해도 지원을 못했다는 것이다. 관리사무소장이 27일에야 동의서를 내줬는데 하도 지원자가 많아서 설치회사에서는 기다리지 못하고 마감했다는 것이다. 열불이 났다. 관리소장 여편네한테 전화를 해서 그 동의서에 직인 하나 찍어서 내주는데 20일이나 걸리느냐고 했더니 그냥 미안하다고만 한다. 가만두고 싶지 않았다.

 

시청 공동주택과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현직때 안면이 있는 직원이었지만 나를 밝히지 아니하고 아파트관리소장을 관리감독하느냐고 물었더니 자기업무라고 했다. 그래서 이리저리해서 올해도 미니태양광 설치 지원에 떨어졌는데 관리소장이 입주민 일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접수서류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직무태만이나 유기 아닌가 하니 그렇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처리하느냐 물었더니 경고를 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했다. 그러니 정식으로 문서로 접수해 주시라 한다. 근데 옆에서 듣던 마누라가 그러지 말라고 말린다. 월급쟁이 관리소장한테 과태료 내게 만드는 것이 자식 키우는 사람이 할짓이 아니란다. ㅎㅎ.

 

마침 시장이 바뀐 탓에 시청 홈페이지가 정비단계이고 '시장에게 바란다'에 글을 올리려니 아직 시장이 취임하기전이라 망설이는 참이다. 자다가 생각해도 화가 치미는데 관리소장을 한번 갈구자니 마누라가 말리고 해서 결정을 못하고 있다. 어떤 아파트에서는 관리소장을 입주민이 두드려패는 곳도 있더만 우리 관리소장은 간이 얼마나 큰지 입주민한테 갑질을 하는 꼴이다.

 

하이고....근데 새정부에서 수도, 전기를 민영화한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으니 정말 기가 찬다. 그냥 참아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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