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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야그

어부지리(漁父之利)

★진달래★ 2022. 9. 17. 14:35

프라다

 

결혼 생각이 아직이라던 아들이 근래에 눈 맞은 아가씨가 생겼다. 콩 까풀이 씐듯하다. 업무상 자주 들리던 은행의 차장이 대전시에 근무하는 여직원을 소개해준 모양인데 아들도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의 여자를 찾기는 힘들 것 같다고 한다. 아가씨는 아들보다 한 직급이 위이고 어머니가 대전시의 사무관으로 재직 중이라 했다. 그간 직장 상사 몇몇이 소개팅을 주선해 주기도 했는데 다들 별로라고 시큰둥하기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다.

 

근데 아들이 추석을 쇠러 오는 날 아가씨가 같이 온다고 했다. 부랴부랴 추석 하루 전날 영업하는 식당을 찾아 예약하고 기차역에 가서 둘을 픽업해 왔다. 서로가 공무원 집안이라 얘기도 별 어렵지 아니하고 편한 분위기에서 식사하고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집에 와서 잠시 쉬다가 기차역에 데려다줬다. 아가씨의 엄마가 얼마나 궁금했던지 수차 카톡이 왔지만 얘기하느라 답장을 옳게 못 했다고 그랬다. 돌아가서는 우리의 반응이 궁금했는지 아들에게 계속 물어본다고 한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욕심은 한계가 어딜까? 아내와 나의 대답은 같았다. 아들이 좋다면 됐다. 우리는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

 

어저께 아가씨의 생일이었던 모양이다. 아들이 심사숙고해서 미리 사두었던 프라다 가방을 생일 선물로 줬는데 맘에 안 든다고 하나 보다. 30대 초반의 아가씨가 들고 다니기에는 좀 나이가 들어 보인다고 한단다. 매장에 가서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니 구입한 시간이 오래돼 어렵다고 하나 보다.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가방을 두 개나 사게 돼서 타격이 있지 싶은데 아들은 이미 더 큰 것을 받아서 어쩔 수가 없단다. 요새는 연애하는데 돈 많이 드네. 월급 얼마 받는다고 명품 타령인지?

 

아들이 택배로 가방을 엄마한테 보냈다. 졸지에 저거 엄마는 들고 다니지도 않는 명품 가방이 네 개로 늘었다. 무슨 가죽인지 참 야물딱지게 만들어놨다. 어부지리지만 마누라는 좋아한다. 자다가 떡이 생겼다. 난 그런 가방 열개보다 현금이 백배 좋겠다! 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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