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삼식이 입문 설거지 3년 차에 다시 계약직 노동자가 되었다. 박물관 주말 운영자 모집에 응시, 서류 심사, 면접 끝에 최종 합격했다. 정년까지 하고 또 어린 직원의 지시를 받아 일하고 싶으냐고? 체면 상하지 않겠냐는 후배의 걱정스러운 소리도 있었지만, 뭔가 딱히 정해 놓은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2년을 쉬면서 책 두 권 쓰고 문화의 전당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강의해 준 카메라 촬영법을 배워 유투브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면접에서 점수를 딴 것 같다. 노안을 커버할 안경도 하나 더 장만하고 점심 공양을 담을 도시락도 챙겼다. 간만에 출근을 다 한다고 같이 사는 여자도 조금 좋아하는 눈치다.
이순 넘은 중반의 나이에 재능 기부할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주 2일 주말 근무라 첫 모집에는 지원자가 없다가 2차 공모에 내가 지원하려니 경력이 어마무시한 인물들이 네 사람이나 지원하는 바람에 면접이 많이 빡셌다 하는데 붙어서 체면이 섰다.
어제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아들이 살짝 말하기를, 엄마가 외식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하더라면서 실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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