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집안야그

반풍수 사람잡네

★진달래★ 2005. 4. 12. 13:37
 


샛강에 도착해 막 낚싯줄을 담그는데 폰이 띠리리 울리는 겁니다. 아~~띠바랄꺼..또야... 함시로 쉴만하면 불러대는 그넘인거(!) 같아 받을까 말까 하면서 액정판을 보니 마느래입니다. 불길한 예감이 싹 스치는거 있지요.


"와!"

"빨리 와야겠서..애가 이렇게 아픈데 뭔 낚시냐!" 귓청이 떨어질꺼 같았슴다. 하긴 할말이 없게도 되었지만 새벽에 자는 넘을 쓸쩍 건드리보면서 아직 배 아프냐? 그랬더니 아 글씨 이넘이 괜찮아요! 해설라무네 신라면 하나 끓여 먹고 쌔리 밟아서 강에 나온 것인디...


어쩔것입니껴? 겨우 자리잡아서 줄을 던졌지만 내리 궁시렁거리면서 대를 걷었지요. 건너편에서 비늘이 휘까닥하는 붕어를 건져내는걸 보니 입맛이 쩍쩍 쓰더군여. 짜스기 먹지 말라는걸 먹어서 이 난리를 ...갑작스레 아들넘이 미워지더군요.


대이탈리아 전 축구 하던날 아들넘이 학교 마치고 옴시로 보기에는 먹음직스러운 닭꼬지를 사왔더라는 겁니다. 찻길가에서 파는 음식은 마느래가 굶어 죽었으면 죽었지 못사먹게 하는 건데 이넘이 엔간히 먹고 싶어 사왔던 가 봅니다.


당근 못먹게 빼앗을려고 했겠지요. 근데 이넘이 덩치가 좀 커져서 그런지 제엄마를 밀치고는 제 방문을 잠그고 숙제함서 냠냠 맛있게 먹었던 것인디...그리고 동서랑 처제랑 모여서 거실에서 열심히 맥주 들이키며 아..대한민국 박수치고 노는데 갑자기 아이고 배야!!!! 뭣인가 하는 곡소리가 아들넘 입에서 흘러 나왔던 겁니다.


아들넘이 눈물을 질금거리면서 배를 움켜 쥐는데 대번에 보니 먹은게 체한 거 같더군요. 어깨너머로 수지침 배웠다는 처남이 이리저리 주무르고 등허리 두드리고 애를 잡더니만 결국 새벽3시에 배가 아파 제 엄마가 온갖 잔소리를 퍼부으면서 손가락을 실로 처매서 따는거 같더라구요.


내사마 축구도 이기고 그래서 맥주를 좀 많이 처먹어 자는체 하고 있었지요. 결국 아침에 등교를 못하고 동네 의원엘 갔는데 체한 거라고 해서 주사 놓고 약 먹고 누워서 끙끙거리더군요.


온종일 토하고 배 아파 똘똘 굴렀다는 데도 밤새 토사곽란의 연속이더군요. 애 아파본 그 경험들 우리 다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근데 이상한 일이 토하고나면 배가 안아프다는 겁니다. 잘 자고요. 담날 밥 먹고 학교 갔는데 담임이 전화를 해서 갔더니 급식을 하나도 못먹고 노랗게 떠있더라는 겁니다.


다른 병원엘 갔찮겠습니까? 체한게 아니라는 겁니다. 링겔을 맞고 또 주사를 놓고 걱정 말랬는디 ...거참 또 밤새 난리지 않겠습니까? 체한 것도 아니고 식중독도 아니고 온갖 수소문에 잘 본다는 한의원엘 갔습니다. 소화가 안돼서 간장에 이상이 있다고 함서 등에서 발가락까지 침을 다 놓고 애를 잡았다네요.


퇴근하고 갔더니 밥을 잘 먹었다면서 투니버스 만화보고 잘 놀더라구요. 마느래는 완전히 뻗어버렸는데 11시쯤 되니 배가 아프다고 토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거 예사가 아니다 싶은게 큰 병원에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여.


옷 입혀서 엘리베이트 앞에서 기다리는데 애가 넘어가는 겁니다.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면서 말이지요. 응급실에 갔더니 연휴라고 의사는 아무도 없고 수련의가 있는데 이 친구가 뭘 알까 싶어서 안심이 안되데요. 우선 친척되는 그 병원 총무과장을 찾으니 두달전에 막살을 놨다네요. 한번 덕 좀 볼려니 그것도 안되더군요. 이 수련의가 배를 쌔리 눌러 보면서 아프냐고 그러는데 그렇게 세게 누르는데 어찌 안 아플까 싶데요.


맹장염은 아닌거 같다면서 뭘 먹었냐기에 닭꼬지랬더니 장염일 가능성이 많다고 그러는데 예측 병명이 하나 더 늘더군요. 엑스레이를 찍어 보더니 장에 굳은 변이 많이 끼여서 그렇다는데 관장을 하고나니 신기하게도 전혀 배가 안 아프다는 겁니다. 불량식품 그 너무 무서버요.


그렇다면 도대체 세군데나 간 동네의원의 의사들은 뭐란 말입니까? 대학병원의 수련의 보다도 못한 실력으로 환자를 본다는 것인지...갑자기 괘씸한 생각이 팍 드는 겁니다. 욕 나오지요. 소화불량이 아니래나 간이 부었다고 그러지를 않나? 이러니 어찌 환자들이 큰 병원 큰병원 안그러겠습니까요? 좌우당간 4강 진출기념 휴일까지 애넘 땜에 다 써버리고 남은 교훈이 있다면 뭐겠습니까?


동네의원은 절대 신뢰하덜 말자--입니다. 진료비가 다소 비싸더라도 큰 병원엘 가는게 O.K다 뭐 이겁니다. 그려서 어제는 아들넘 닭꼬지 하나 때문에 들어간 진료비를 뽑아 보았더니 자그만치 통닭 열두마리 값이더군요.


안아프다니 온가족이 살만합니다. 평소의 잘 느끼지 못하던 행복한 그 순간으로 돌아온 겁니다. 이게 진정한 행복이란 걸 모르는 그 평범한 상태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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