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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야그

파란눈의 여자가 말이지...

★진달래★ 2005. 4. 12. 13:53
 
성바오로광장(산피에트로광장)
 

 
 
에펠탑에서 내려다 본 파리시내
 
 
 
 
그 때 우린 인간이 아니었던 것일까?

아니 삼시 세때 밥을 먹고 아무데나 똥오줌을 갈기지 않는 제법 먹물이 든 그런 사람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가? 갑자기 왜 그 작은 경비행기에서 만난 파란 눈의 외국여자가 생각났을까?


그 이유를 하마 안즉 나는 알지 못하면서 이 글을 올린다.

넓디넓은 LA공항....아하하...그 파란눈의 미국 아지매가 갑작시리 떠오른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10여분 전까지 나는 직장의 시장 개척단으로 물 건너가시는 어른의 여행지대사관에 들어갈 영문출장보고서를 꿰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저어기 태평양 같이 넓기만 하던 그 LA공항...2년여전 하루 반을 넘게 날아간 거기 미국...물론 내게 지워진 방문단의 위치는 가방모찌였다. 미팅할 문을 찾지 못해 두어시간을 맴돌게 한 현지 가이드 유학생 그 넘.....지금 생각하면 내 아득했던 영어실력의 빈천했음으로 인한 한낱 추억으로 돌릴 수 있으련만 그 당시는 반죽이고 싶었다...솔직히.


포틀랜드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하는 셔틀버스 속에서 나는 그 파란눈의 아지매 맞은편에 앉게 되었다. 그런데 그 파란눈의 아지매는 자리에 앉자마자 폭 넓은 스커트가 찢어지도록 과감하게 다리를 벌리고서는 딴청을 부리는 것이었다.


당황했다.

표정관리가 필요했다. 높으신 어른들을 수행하는 자리가 아닌가? 그러나 이미 백주대중환시리라 모든 것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옆자리에 자리한 기업체 직원이 소곤거리기를 “자네 자리 잘 잡았네” 였다.


안그래도 눈처럼 하얀 백인여자의 허벅지 속살을 가르며 천길 낭떠러지처럼 걸쳐 있는 손수건 한장이 내내 불만스럽던 그 광경은 짧지 않은 30여분이나 계속 되었다. 나의 일행을 비롯한 그 셔틀버스 속의 이국인들 대여섯이 별로 싫지 않은 내색으로 이 희안한 동시상영을 즐기며 버스여행을 즐겼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미국 체류 내내 가슴속이 체한 것처럼 답답해던 것은 물론 아직까지 그 파란눈 여자의 속내가 몹시도 궁금한 것이 .....내 기우가 사실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갈구한다.


그 백인여자......비행기여행을 할 정도의 40대로 보이는 그 여자가 뭔가 다른 목적으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 놓으면서 자기들 표현대로 노랑둥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나 아니였을까?


아니면 일종의 양식을 달리하는 변태였을까? 내릴 즈음 그 여자의 입가에 머물던 미소를  정말 나는 잘못 이해했던 것일까? 지난 미국개척 당시 노예들 앞에서 거리낌없이 섹스를 계속 했다던 그 우월감을 우리 일행 앞에서 실연해 보였던 것은 아니였는지.....아아...누군가 비행기 타고 물 밖으로 나간다는 이야기만 들리면 그 때 그 지리했던 광경의 잔상이 돋아나 내 시린 전후두엽을 짓누른다.


정말 나는 그 파란눈 백인녀의 피사체로서 쾌락도구가 되었던 것일까?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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