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집안야그

딸내미들은 도둑년이여

★진달래★ 2005. 4. 12. 13:59
 

 

마누라 형제가 자그마치 아홉입니다. 그 중에 고구마와 감자가 안 달린 백성이 일곱이고 달린 백성이 둘이지요. 근데 한 이틀 전부터 이놈의 마누라가 자꾸 건넛방에서 목소리를 높여가면서 처제들과 티격태격하는 전화를 오래 해대는 일이 잦더라 이겁니다.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 보니 이 여자가 안 보여 찾으러 가봤더니 큰애 방에서 장모랑 눈물 콧물 짜면서 전화하고 있더라, 말입니다. 그만 속에서 열불이 나는지라, 밥 먹고 할 일이 없으니 이 난리지 싶어서,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 소리를 빽 질렀더니 어느새 아들놈이 다가와 소매를 끌고서는 제 침실로 가는 겁니다.

 

“니 모친 왜 저러냐?”

“몰라요!”

“집에 있으면서 엄마가 저러는데 그리 관심이 없냐?”

“저는 학원가고 바쁘잖아요?”

“음! 어느 이모하고 통화 많이 하대?”

“다섯째 이모하고요. 된장이 어떻고 저떻고 하던대요”

 

그러고 보니 얼핏 며칠 전에 마누라가 지나가는 말로 하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다섯째 동서가 여름휴가 받아 처가에 갔을 때 장모님이 우리랑 나눠 먹으라고 된장 간장을 보내셨는데 욕심이 좀 많은 처제가 된장 간장을 거의 다 덜어내고 정말 조금을 우리 집으로 보내줬던 겁니다. 당연히 마누라는 장모가 이리 적게 된장을 보냈을 리가 없다고 짐작하여 안부 전화겸 물어 보았더니 거의 한 바께쓰를 보냈다는 지라 옛날 학교 다닐 때부터 욕심이 많았던 처제더러 도둑년, 나쁜년, 해가며 욕을 퍼질렀던 것입니다요.

 

그러니 처제는 또 제 나름대로 할 말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해서 왈가불가 하다 보니 고구마 안 달린 처형 처제 모두 알게 되고 그러다 보니 편이 나뉘어져서 니가 잘했다느니 둘다 참 조잔하다느니 어쩌느니 비난을 하게 되고 그것이 커져서 20년도 더 지난 집들이 할 때 어쨌느니 섭섭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들까지 보태져서 생으로 뒷골이 시끄럽게 된 겁니다.

 

이제 마누라가 80이 넘은 장모님한테까지 하소연을 하게 되었으니 일이 더 커져 버렸는데 아침에 작은 아들이 살짝 일러주기를 고구마 안 달린 여자 형제들이 모두 우리 집에 모여 그 깊이 사무친 원한을 풀기로 하였다는데 아마 지금쯤 모여 대책회의를 열고 있지 싶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고 아홉이나 되는 자식들 한번 올 때마다 차 트렁크 꽉꽉 채워 보내려고 영감 할마씨 허리 부러지는 줄 모르고 딸년들 이 모양이니 정말 한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딸내미는 말짱 도둑년이다. 뭐, 이런 고언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된장사건이 잘 해결되어야 편한 밥 얻어먹을 수 있을 터인데 오늘 대책 회의 잘 풀려 가는지 무지 궁금합니다.

에이…도둑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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