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언니라 불렀다. 살가운 혈육은 아니어도 입주 때부터 아파트 같은 동에 살면서 마음이 통했나 보더라. 19층 현관 앞에는 비싸 보이는 골프백이 두 개 나란히 세워져 있고 대기업에 다니다 독립해 사업하는 아저씨는 기사가 딸린 차를 탔다고 했다. 철마다, 때마다 김장김치며 물김치며 늙은 부모님 농사지어 보내주신 채소며 나눠 먹었다. 지나고 보니 우리만 늘 줬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19층 아저씨 부도나고 아지매 우울증 왔다고 아내가 바빠졌다. 맛집을 순례하며 밥도 먹이고 산책이며, 등산이며 동행하여 웃음을 찾아주느라 오랜동안 애썼다. 고맙다고 하더란다. 신용불량자 된 아저씨 몇 년 후에 사업 시작했다. 어느 날 아파트 현관에 이삿짐 차 와 있고 사다리가 19층에 걸처져 있었다. 찾아가 보려는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