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2023/07 2

고래가 떠나다

아래층 고래가 갔다. 15~6년간을 술을 처마시고 새벽까지 소리 지르고, 세간살이 집어던지고, 가족과 죽일 듯이 싸우더니 장마가 소강한 틈을 타 짐을 내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 한밤의 이 평화, 이 고요. 이 당연한 일상이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도 되는 건지 불안하기까지 하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그래도 위아래층을 돌면서 그간 본의 아니게 미안했노라고 인사 정도는 하고 갈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사과할 줄 아는 인간이라면 그렇게 했을라고? 아내가 씁쓸히 웃었다. 그래도 한때 한 달포 정도 조용한 적이 있어서 술을 끊었나? 했더니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술 처먹고 나자빠진 것이겠지....!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지 나에겐 큰 행운이지만 그 아파트 주민이 참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싶..

세상야그 2023.07.30

인간군상

사무실 앞으로 삼계~진영간 국도가 지나간다. 오토바이 한 대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달린다. 이 좁은 나라에서 어딜 그리 급하게 가누? 비싼 걸 하나 산 모양이다? 니 인생도 앞으로 쫙쫙 뻗어나가길.... 미시라 하나? 젊은 새댁이 어린 딸 둘을 데리고 박물관에 왔다. 20대로 보이는데 아이가 둘이라니 나이가 가늠되지 않는다. 근데 작은 딸이 너무 운다. 악을 써대며 우는 데도 전혀 달래지 않는다. 달랠 기미도 안 보인다. 다른 관람객이 시끄럽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아이를 좀 달래라든가 바람을 좀 쐬고 오라든가 하면 바로 갑질이라고 항의할 것 같은 인상이다.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나갔다. 1~2층을 관람하는데 보통 20여분이 소요된다. 딸을 동반한 여자분은 족히 두 시간 넘게 딸과 도란도란 관람..

일터야그 202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