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일터야그 260

재능기부

퇴직 후, 삼식이 입문 설거지 3년 차에 다시 계약직 노동자가 되었다. 박물관 주말 운영자 모집에 응시, 서류 심사, 면접 끝에 최종 합격했다. 정년까지 하고 또 어린 직원의 지시를 받아 일하고 싶으냐고? 체면 상하지 않겠냐는 후배의 걱정스러운 소리도 있었지만, 뭔가 딱히 정해 놓은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2년을 쉬면서 책 두 권 쓰고 문화의 전당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강의해 준 카메라 촬영법을 배워 유투브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면접에서 점수를 딴 것 같다. 노안을 커버할 안경도 하나 더 장만하고 점심 공양을 담을 도시락도 챙겼다. 간만에 출근을 다 한다고 같이 사는 여자도 조금 좋아하는 눈치다. 이순 넘은 중반의 나이에 재능 기부할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

일터야그 2023.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