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작업노트 16

눈길

웬 사내가 터벅터벅 눈길을 올라오는데 얼굴을 살펴보니 짜증이 묻어 있네 아침부터 웬일이냐고 물어도 대답도 없이 그냥 손짓으로 같이 좀 내려가자는데 그는 우체부라네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가노라니, 눈 속 오솔길도 운치가 좀 나더라네 넨장! 뜨거럴이라는 사내의 한탄소리가 멈추는 그곳, 이런, 이런, 오토바이가 처박혀 있었네 알량한 지역신문 배달하려다가 눈길에 자빠졌나 본데 실린 짐이 많아 혼자서는 일으킬 수 없었다 하네 참 미안하기 그지 없었네 사내의 구두 한쪽이 터져 버렸네. 내 마음도 따라서 찢어졌네 커피 한잔하시고 가라는 말이 입안에 맴돌았지만 씨바! 또 욕 들을까 싶어 참았네 작년 이맘때 신문을 끊자고 하다가 말이 많아서 그냥 받았더니 오늘 사람을 잡을 뻔 하였네 다치지는 않았는지, 무관의 제왕이 ..

작업노트 2011.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