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풍수

뭐가 애를 낳으면 씻어 조진다는 말이 있는데 제 업무파트에 연세가 꽤 되신 분이 그 타입이십니다.
매뉴얼을 충분히 익히고 난 다음에 모니터상의 기계를 조작해야 하건만 대충 호기심대로 컴퓨터 계수를 쪼물락거려 수처리 과정이 엉망이 되니 팀원들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듭니다. 고의성은 없어 보이는데 팀원을 두 번 쥑입니다.
몇 번이나 그런 낌새가 보이는 걸 “나이가 안 있냐! 우리들이 이해하자!” 하고 참아왔는데 오전에 또 약품수치를 건드려서 라인이 정지되는 불상사가 생겼습니다.
하! 그 참....나이고 나발이고 그냥 쥐어박고 싶은 걸 말없음으로 넘겼습니다. 직원이 같이 업무 못하겠다고 불평을 해대고 실험실 여직원도 내려와 왜 수처리가 이 모양이냐고 투덜거립니다.
“좀 뭐라 한마디 하시지요!” 해서 한소리 해야겠다고 찾아봤더니 사무실 밖 한구석에서 담배 뻑뻑 피우고 서 있는 겁니다. 마음이 약해지더구만요....하긴 자기 딴에도 얼마나 미안하겠습니까?
먹는 물은 강물과 약품의 절묘한 혼합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 처리과정을 대충하면은 못 먹는 물을 만들게 되어 고생하고 돈 버리는 짓이 되고 맙니다.
노파심인지 아니면 부지런한 것인지 참 걱정스럽습니다. 요즘 신세대들은 그런 걸 절대 그냥 봐주지를 안합니다. 당장에 “나이 들면 그만 둬야 돼!” 라는 소리들을 뒤에서 하지요.
짜식들아 니들도 곧 나이를 먹어~~라는 소리가 입에 맴돌지만은 우선 업무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탓이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떻게 이 무한경쟁의 시대에 남은 정년까지 무사할런지? ㅊㅊㅊ
오늘도 잎새가 바람에 스치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