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야그

좋은일-나쁜일

★진달래★ 2007. 6. 4. 10:39

 

거울

  

좋은일:

지난 주 아들이 학교에서 기존 시인들의 시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비평하는 대회가 있는데 내신에 아주 중요하다고 걱정을 하기에 좋아하는 시인이 있냐고 했더니 딱히 없단다.


그래도 뭐 한번쯤 외워 본 시는 있을 거 아니냐고 니 맘대로 골라서 해보라고 했더니 아빠가 예전에 쓴 시로 하면 어떻겠냐는 거다.


80년 초 한국문인협회에 입회를 하면서 낸 시를 말하는 건데 사실 그 작품내고 참 욕 더럽게 얻어먹었다. 사실 등단이라면 고등학교 때 이미 얼굴을 내밀었고 작품도 문예지에 떡 허니 실려 학교가 떠들썩했었는데 이놈의 촌 동네는 그걸 안쳐준다는 거다.


그래서 새롭게 작품을 제출했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것이 작품통과를 앞두고 심사위원 중 딱 한사람이 내 시에 주제가 없다는 말로 브레이커를 걸던 것이다. 참 기분 더러웠는데 그 분은 지금 경남 모여성단체의 장으로 활발한 활동 중이시다.


그렇다고 내가 그 분의 시를 좋아하느냐 하면 당근 아니올씨다! 이다. 너무 오기에 차 있고 나 아니면 아니다! 라는 분이라서 별로다. 사실 그 분의 작품은 같은 회원들도 돌아서면 웃는 경우가 많았다.


어쨌던 그렇게 하기로 해서 책장을 뒤져 색이 누렇게 바랜 그 시집을 가져갔는데 어제 통닭이 먹고 싶다고 해서 면회를 갔더니 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거다.


거 봐라! 아빠 시가 보통 시냐? 고 했더니 짜식이 시는 별 게 아닌데 지가 비평서를 아주 멋지게 잘 쓰고 발표할 때 온갖 되다 안한 미사여구를 총 동원한 한 결과가 아니겠느냐? 고 너스레를 떠는 것이다.


게다가 지가 교지의 문예담당 기자인데 지가 지 발표작품을 소개하려니 낯이 간지럽다고 웃는다.


좌우지간 씨 도둑질은 못한다는 말이 맞기는 맞는 가 보다.

 

나쁜일: 

토요일 야간 근무를 서다 보니 공문이 한 장 붙어 있는데 “야간근무자 급식비 지원중단” 이라는 거다.


급식비래야 별 거 아닌 금액이다 만은 야근이나 초과근무를 하는 일용직원들에게는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늦게 사무실로 나온 경리담당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야근자 중에 밥만 시켜 먹질 않고 꼭 요리를 시켜 먹어서 급식비가 오바를 한다는 거다.


명단을 봤더니 내 업무팀원 중에 시근머리 없는 그 놈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있는 것이다. 먹는 거 가지고 뭐라 할 수도 없고 골치다.

 

생각이 모자라는 몇 놈들 덕분에 전체 직원이 피해를 보게 되는데 게다가 결재권이 있으신 분께서 가끔 기분 내시고 영수증을 던져주는 모양이다.

 

정년이 코앞인데 옷 벗고 싶어 지랄을 하시는가 싶다. 세상이 많이 개선되고 좋아졌다고 하는데 아직 이런 덜된 부류들이 많다.


내 업무가 아니라서 쉽게 말하는지는 몰라도 왜 담당자가 그런 일에 브레이커를 못 걸고 맞춰나가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놈이 처먹은 술값을 맞추자면 업자에게 손 벌려야 할 것인데 참 죽을 노릇 아니겠는가?


공돈이라면 상한가 없이 퍼 쓰고 싶고 내가 높은 사람이라면 아랫사람 애로는 전혀 상관 안하는 것이 조선나라 인간들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경리업무가 내 일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생각해 보니 참 아찔하다. 둘 중에 하나는 백수가 됐을 터이다.


늘 어깨에 힘주고 큰 소리치고 앉아 있는 감사부서 놈들이래야 잘 꿰맞춘 서류만 들여다 볼 뿐이니 그 속사정을 어찌 알랴?

 

세상은 정말 요지경 맞다. 맑고 깨끗한 거울을 써야 나라가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