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비사앙!
당직 날 저녁 10시쯤 되었나? 어디서 똑똑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겨? 아무리 둘러봐도 물 떨어지는 곳이 보이지가 않아. 하기사 물공장에서 물소리 들리는 게 뭐 대수냐 싶어서 그냥 티비를 열심히 봤지럴!
11시쯤인가 경리직원이 운동을 나왔다가 물 떨어지는 소리 딱 듣더니 형님 2층 실험실에 얼릉 가 보시오! 하는 겨!
“거긴 왜?” 했더니 가 “보면 압니다!” 하는 거라!
후다닥 뛰어 올라갔더니 아이구머니 2층이 물바다여.....시상에 이게 뭔 비극이랑 게?
십겁 한다더니...십겁이란 그런 것이더구만. 담당자 아니면 들여다 볼 일이 없는 실험실에는 낙동강에서 퍼 올려 진 강물의 수질을 자동 체크하는 기계가 있는데 그 기계로 흘러들어가는 물호스가 빠진 거였어.
기계란 게 정확하고 거짓말을 안하는 물건인데 수압이나 일시적 전압 차이가 발생하면 일년에 두서너번 호스가 빠진다고 하더구먼. 그런 날 당직 걸린 놈은 왕재수란 말이지. 역시 경력이란 것은 무서운 거더만.
제어실에 근무하는 직원과 둘이서 2층에 고인 물을 화장실로 퍼 나르는데 허리가 뽀개지더만...물공장에 근무하면서 물 보기가 역겨워지다니 넨장......
12시 넘게 물 다 퍼내고 사무실로 내려와 허리 좀 펼라고 하는디....아이고 이룐....하느님 부처님....그 때사 1층 천정에 고인 물이 쭈루룩 쭈루룩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데.....똑똑거릴 때는 운치나 있었지...!
여기저기 온갖 쓰레기통 찾아다가 받쳐 놓고서 앉아 있자니 내 참 처량하기가 말로 다할 수 엄떠!....신혼여행을 우주로 간다는 21세기에 물새는 사무실에서 밤을 새야 하다니....엉엉!
천정에 고인 물이야 지가 샐만큼 새야 멈출 것인지라 숙직실에 잠시 눈을 붙이고 일났더니 이런 제엔장....이놈의 물이 온 천정을 돌아다니면서 샜는지 쓰레기통을 피해서 흘러내린 물이 사무실을 바다로 만들어 놓은 겨!
어쩔 것이여! 또 다시 쓰레받기로 밀대걸래로 그 많은 물을 다 퍼냈지럴. 그래도 똑똑똑~~~
출근한 직원들이 모두 천정을 한번씩 올려다보고서는
“밤에 비 많이 왔나벼? ㅋㅋㅋ”
.......남의 고통을 즐기더구먼! 당직을 이리 빡시게 하기도 첨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