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는 없다!
수질분석실
업무인수 후 2주간의 교육을 받고 오늘 첫 결재를 올렸는데 ㅊㅊㅊ 소리 없이 내 책상 위에 도로 올려져 있었습니다 -_-“.
오전 내 실험실에 처박혀 데이터 분석하면서도 무엇이 잘못 되서 결재가 반려 되었는가를 생각하느라 머리꼭대기에서 김이 풀풀 났습니다.
뭣 때문에 수질화학과나 환경공학과 출신이 맡아야 할 업무가 내게로 와서 이리 쌩골을 아프게 하는가 하고 팔자타령을 하고 있자니 점심시간이 되더군요.
수육보쌈이 메뉴로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긴장하거나 일이 완벽하게 되지 않으면 우선 아랫배가 싸아~~하게 아프거나 밥맛이 없어지는 참 기이한 체질이라 영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해서 다른 시로 가는 바람에 업무를 나한테 넘긴 전임자에게 폰을 하니 웨딩촬영 중이라고 나중에 전화하라 하지요....결재할 사람은 빨리 보완해라고 눈치를 주지요? 스트레스가 팍팍 쌓이는 겁니다.
넨장.....시작하는 마음으로 첨부터 데이터를 곰곰이 분석했더니 잘못한 게 보입디다. 금요일 데이터 자료에 월요일 실험결과를 대비했으니 숫자가 맞을 리가 없지요? 세상에 공짜는 없고 쉬운 것도 없고 아무나 결재자가 되는 게 아닙디다요!
몇 번을 다시 쓰고 찢어 내고 해서 숫자를 맞춰서 가져갔더니 웃으면서 결재를 하더군요. 그 양반도 내 업무가 못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잔소리는 안했을 겁니다.
공공근로아지매들
3시쯤 되서 관리하게 된 공공근로 아줌마들을 찾아갔습니다. 언덕에서 잡초 제거 작업을 하다가 나를 보더니 아주 반가워하더군요. 담당자가 바뀐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인사는 처음 나누는 것이라 참 미안한데 아줌마들은 나를 잘 알고 있는 가 봅디다. 살이 많이 빠졌다고 걱정을 하더군요.
제가 생각해도 살이 빠진 것 같습니다. 택도 아닌 업무 탓입니다. 출근하자마자 낙동강에서 퍼올려지는 물을 받아다가 실험실에서 수질분석을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정수약품의 비율을 맞추는 것이라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약품이 많이 들어가거나 적게 들어가도 여기서 말하는 물이 뒤비지는 현상(뻘물)이 일어나기 때문에 난리가 터지는 것입니다. 벌건 수돗물이 나오면 그건 이 수질분석 업무 담당자가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 됩니다. 그 결과를 근무자들에게 공지하고 나서도 늘 물가에 가서 물색을 살펴야 되니 오래 사는 데에 큰 지장이 있지 싶습니다.
시간이 나면 일용임부들이 일하는 데 가서 잔디 깍기 기계라도 한번 밀어주고 새참 먹는 데에 끼어 앉아야 좋아합니다. 그걸 안하면 사람 차별한다고 한다네요!
아직 반풍수입니다. 한달 정도를 더 연수과정을 가져야 하고 교육도 다녀와야 합니다. 정말 좋은 시절 다 갔나 봅니다. 여우를 피하려다가 범을 만난다더니 꼭 그 짝이 나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저 높은 곳에 있는 분들이 추석대목을 앞두고 공직기강 확인하러 온다고 연락이 와서 잠시 책상 정리하고 쉬는 중이라 한 글 올려 봅니다. 세월이 흘러 좀 일에 익숙해지면 자주 블로거 지인님들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 때까지 부디 잊지나 마시옵소서. 먹고 사는 일이 정말 보통이 아닙니다!
외롭게 뒷뜰을 지켜주는 멍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