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야그

민원은 왕이다!

★진달래★ 2007. 10. 5. 10:57

낙동강물 탁도 검사 중

 

전화민원이 왔습니다.

불에 덴 듯한 목소리로.......


민원담당 여직원이 수질테스트기와 발신지역의 지도를 출력하여 문을 나서는데 전화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누가 지원해 주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아이고...하필 여직원의 눈길이 나한테로 꽂히더군요. 현장민원의 경험도 없는 터라 한번 가보자 싶어 따라 나섰습니다.


공무수행 차량을 타고 골목골목을 돌아 도착한 식당은 규모도 엄청난 한우 갈비집이었습니다. 인테리어만 해도 수억은 투자했을 것 같은 삐까번쩍한 식당이더군요!


현관에서 신분을 밝히니 직원이 나와 주방으로 안내를 하더라구요. 사장도 오고 지배인도 오고 일손을 놓고 있던 조리원들도 모두 나오니 주방이 꽉 차는 겁니다.


일단 그간의 과정을 대충 설명 듣고 지하수와 수돗물 그리고 탱크에 받아 놓은 물 그리고 음식물을 조리한 국물을 수거해 수질분석을 시도했습니다. 여직원이 긴장을 하더군요.


여직원이 수질분석을 하는 동안 식당사람들이 내가 상급자로 보이는지 푸념과 불평을 늘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근 일주일 동안 조리한 국에서 냄새가 나서 손님들이 돌아가고 영업을 못했다느니 대책을 말해달라느니 좌우사방에서 떠들어대니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습니다.


수질테스트 결과를 보니 염소수치가 좀 높게 나타나긴 하나 전부 정상치이고 콩나물을 삶은 국에서도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소독약은 끓이거나 받아 놓으면 반드시 휘발되기 때문에 냄새가 날 수 없는 일이거든요.


바닥에 널린 물 호스를 어떻게 쓰느냐고 물으니 분명 물을 받을 때 썼지 싶은데 절대 식수를 받을 때는 안 썼다고 하니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수도용 호스가 아닌 일반 농업용이나 세차나 청소용 호스는 수돗물의 염소와 접촉하면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아주 심한 악취가 날 수 있다는 설명을 하니 더욱 잡아떼는 것입니다.


그 외 다른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지하에 묻힌 배관의 연결 상황도 살펴봐야 하는 일인데 그게 당장은 불가능한 일이지요.


밖에서 사장과 건물주 지배인과 앉아 30여분이 넘게 거의 말다툼 비슷하게 토론을 해봐야  원인을 금방 알 수도 없는 일인데 사장이 말하기를 영업상의 손실과 탱크에 받은 수십톤의 물값을 어떻게 보상해 줄거냐? 고 하면서 전직원이 와서 한우갈비 회식을 해달라는 아주 되도 않은 말을 지맘대로 xxx습니다.


공무원이 한우갈비로 회식을 할 일이 있다면 그건 반드시 옳지 못한 일로 그러는 것인데 이 양반 참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나 봅니다.

 

일단 사무실로 들어가 대책을 논의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주변의 다른 식당에 들어가 수질분석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복국집 뒷고기집 아구찜집 등 다섯 군데의 식당에 들어가 사정을 설명하고 수돗물을 채취하여 분석을 해봤지만 모두가 정상인 겁니다.


근데 한군데서 경험을 실토하기를 예전에 국에서 엄청 냄새가 나서 수돗물을 의심해 민원을 넣어서 난리를 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주방장이 실수로 솥에다가 락스를 떨어뜨렸더라는.....


심지어 어떤 식당에서는 정말 공무원이 맞냐고 하면서 수돗물 검사해 준다고 해놓고 뒤에 가서 정수기 강매하는 것 아니냐는 아주 웃기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비일비재한가 봅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직원회의를 했지만 뚜렷한 원인을 밝힐 수 없어 이튿날 그 결과를 알리려 식당에 전화를 했더니.....참 욕 나오더군요.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 사장님 왈

“마! 됐어요! 됐어!”


자체 해결이 됐나 봅니다. 같은 수돗물이 같은 배관을 타고 그 식당에 들어가는데 무슨 그런 일이.....수도물이 식당을 차별한다는 이야기는 여즉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한우갈비는 맛있게 보이던데....!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