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만세!
아줌마가 전화를 했습니다.
목욕가면 늘 들리는 식당에서 어제 늦은 점심을 먹는데 밥에서 아주 썩는 냄새가 나서 도저히 먹지를 못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국만 먹고 계산을 하면서 항의를 했더니 시청에서 소독약을 많이 타서 그런 걸 우리보고 어쩌라는 거냐면서 공기밥값까지 다 받더라는 겁니다.
안 먹은 공기밥값 천원도 아깝지만은 좀 더 대국적인 견지에서 혹시나 그 냄새나는 밥이 시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에서 이렇게 몸소 전화를 하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시면서 사족을 다시는 말씀이 보건소 식품위생계에 고발을 해야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지요?
그리하여 아주 공손하게 제가 고발을 해라마라 할 수는 없는 입장이오니 양해하여 주시옵기 바라며 제가 지금 쉬이~~하고 뭐 볼 시간도 없는 형편이나 만사를 제쳐 놓고 당장 그 식당으로 달려가 수돗물 검사를 해서 그 결과를 알려 드리겠으니 모쪼록 화를 삭히시라! 고 간곡히 부탁을 드렸습니다.
마침 점심 때 인지라 그 식당에서 밥을 한번 시식해 보기로 하고 여직원을 모시고 출발을 했습니다. 식당이 아주 근사한 것이 주방도 환히 트여 있어서 냄새가 날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따로 순대 국밥을 시켜서는 여직원과 둘이서 밥공기를 들고 열심히 냄새를 맡아 보았습니다.
썩은 냄새가 나는 게 아니라 아주 맛있는 밥 냄새가 오장육부를 사정없이 흔들어 놓더만요.
맛나게 밥을 먹고서는 계산하면서 사장님을 좀 뵙자고 하였더니 지배인 되시는 분이 나오길래 이러저러 해서 수돗물 검사를 좀 해보겠다 하니 담박에 신고가 들어왔더냐? 고 묻습니다. 그러면서 냄새의 원인을 파악해서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아주 미안해하는 겁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청소용 호스로 물을 받아 밥을 했다고 하더군요. 밥값 천원은 깍아 주지 그랬냐고 하니 웃으면서 혹시나 보건소에 고발하지나 않을까 크게 걱정을 하더이다.
뭐 그런 일이야 있겠냐 하면서 다음에 오시면 잘 모시라는 부탁을 해두고 그 아줌마에게 수질결과를 알려 주었더니 원인이 밝혀져 다행이라고 정말 대국적으로 받아들이더군요.
시민의 건강을 무지 걱정해 주시는 아줌마의 파워를 오늘도 실감했습니다.
대한민국 아줌마 역시 대단하지요.
아줌마 만만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