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야그

청경의 하루!

★진달래★ 2008. 1. 25. 15:12
 

 뱅뱅돌아가는 cctv

 

경비실에 청원경찰이 세분 계십니다.

 

세 사람이 3교대 근무를 하는데 오며가며 지나치는 우리들은 햇볕이 따사로운 초소 안의 그들을 보면서 "참 한가하게 근무하는구나!" 뭐 대충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어저께 보일러 기름이 떨어져서 얼어 죽을 뻔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초소에 내려갔다가 잠시 그들 - 청원경찰의 속내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선 청경들은 그들의 경비초소를 청송보호감호소! 라고 부르더군요. 서너평 남짓한 초소에서 혼자 24시간을 보내야하니 창살 없는 감옥이라는 뜻이겠지요.

 

게다가 재수 없으면 하루 종일 사람 구경 못하는 날이 있다고도 하는데 사람하고 이야기하고 싶어서 입에 풀이 돋는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혹시나 길을 물어보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창문 열고 이야기할 것도 일부러 밖에 나가서 상세하게 길게 가르쳐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비실 한번 내려가면 아주 반갑게 커피 끓여주고 콩 뽁은 거 미숫가루 같은 걸 자꾸 먹으라고 내놓았나 봅니다.


그런데 그렇게 지겹게 24시간을 TV보다가 컴퓨터바둑 두다가 하늘 쳐다보면서 시간을 죽이는데 꼭 똥을 눈다던지 쉬를 한다던지 하는 몇 십초 사이로 높은 사람이 정문을 통과해 근무 똑바로 안한다고 할 때는 거의 미친답니다.


게다가 십수년 동안 바뀌지 않는 근무수칙에 시간대별로 보안구역을 순찰할 것! 이라 되어 있으면서 정문을 절대 비우지 말 것! 이라 하니 혼자 근무하는데 이게 순찰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허허허...웃습니다.


그리고 가장 힘든 일은 좁은 장소에 갇혀 있기 때문에 6개월이면 무릎이 아프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근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근무 다음날은 잠을 안자더라도 등산을 꼭 가야한다는 것인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억지로 가야하는 등산도 만만찮다는 겁니다. 이런 형편에 20~~30대가 청원경찰 하겠다고 엄청 몰리니 큰일이 아니냐고 했습니다.


언젠가 현장에 삽질할 일이 있길래 평소 청경을 동경하던 젊은 직원에게 잠시 정문을 좀 지키라고 하고 자원해서 삽질하러 갔었더니 반나절 만에 좀이 쑤셔서 죽는다고 내빼더라는 겁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모두가 잠든 한밤중....파아랗게 불을 밝히고서 입김 후후 불며 초소에서 새벽을 여는 그들 - 청원경찰이 있어서 우리들의 지난밤이 편안했던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