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때리기
어저께 늦은 저녁에 누가 인터폰을 했습니다. 옆집 새댁이었지요. 미인 축에 낄 수 있는 얼굴에다 키 크고 수더분한....딸기를 조금 갖고 왔더군요. 내일 이사 간다면서.....
“흐이그....짠순이....이걸 누구 입에 붙이나.....ㅋㅋㅋ” 마누라 웃습니다. 노점상에서 파는 딸기 한 그릇을 사서 나눴나 봅니다.
“자다가 홍두깨가 아니고 자다가 딸기네!”
적으니까 더 맛이 있더군요.
여자들끼리는 잘 통하는지 마누라는 그 새댁이 이사오자마자 이내 친해져서 곧잘 음식을 갖다 주고 처가에서 보내오는 나물이며 채소를 나눠 먹고 그러더라구요. 동생 생각이 난다나 뭐라나....
새벽에 이삿짐 나른다고 좀 시끄러운 것 같더니 곧 조용해지더군요. 포장이사라나요....저도 예전에 포장이사란 걸 했는데 경황이 없어서인지 이사 한참 뒤에 챙겨 보니 마누라가 처녀 적부터 모아뒀던 구화폐가 통째로 없어졌더군요.
언젠가 TV를 보니 한 장에 100만원을 홋가한다는......아이고....그런 지폐도 여러장 있었다고 합니다만 버스 떠나갔네요.
흠...이야기가 샛길로 풍덩했습니다. 좌우지간 저녁에 퇴근을 하자니 마누라가 “세상에 참 ㅊㅊㅊ” 하는 겁니다. 뭔 일인가 했더니 옆집 새댁이 이사를 가면서 우리한테 뭘 많이 남기고 갔는데...ㅋㅋ!
우리집 복도에는 퇴근하면 현관문에 붙어 있는 광고지를 담으려고 빈 박스를 두고 있는데 거기에다 글쎄 저거 집에서 쓴 형광등이며 백열등이며 밧데리며....낡은 신발 뭐 그런 걸 엄청 버리고 간 겁니다.
히히히.....은혜는 아니더라도 같이 살 때의 그 가족 같던 정을 그런 식으로 매몰차게 배신 때리고 가는 것이 인간인지.....며칠째 제 마누라 머리 검은 짐승의 그 깊은 뜻을 헤아리느라 골치를 썩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