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야그

소와 컴퓨터

★진달래★ 2009. 2. 4. 09:41

 

 

 

“아! 클났어요? 시간 없는데....!!!!”


당직하고 다음날 아침에 잠을 자니깐 밤에 잠이 안와서 마누라랑 산엘 올랐는데 아들놈이 전화를 해서는 난리를 치는 것이다.


방학이라고 집에 와서 열흘을 쉬는데 맨날 새벽 3시까지 게임하고 영화보고 놀길래 숙제할 거 있으면 미리미리 좀 해 놓고 놀쥐이~~! 라고 한 100번은 강조하고 씨부렸지 싶은데 “에라 곶감아~~!” 기숙사 들어가는 날 논술 숙제하려는데 키보드가 작동을 안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놈의 2세는 언제까지 이런 느려터진 동작으로 애를 먹일 것인지? 울화통이 터져서 마누라한테 “신경 써서 만들었는데 애가 왜 이 모양이여?” 했더니 “제 속에 없는 게 나왔을라고!” 하면서 영 태평이다.


불 끄고 작업을 해서 소를 만든건지? 열불이 나서 “야! 이 소 같은 놈아....숙제 같은 건 미리미리하라고 아빠가 몇 번 말했냐? 알아서 해라!” 소리를 지르고 전화를 꺼버렸다.


시간을 보니 12시가 막 넘어가는데 4시에 과외 두 시간하고 저녁 7시까지 기숙사 점호에 맞추려면 지금쯤 숙제를 못해서 똥줄이 타고 있겠지? 꼬시다 혼 좀 나봐라 싶은데 에그머니! 똥줄이 더 타는 건 옆에서 걷고 있는 마누라인지 말은 안하는데 얼굴색이 노랗다.


서둘러 내려와 컴을 열어보니 인터넷은 되는데 자판기가 암 것도 쳐지지가 않는 것이다. 그런데다 얼래~~! 똥줄이 탈줄 알았던 아들놈은 삐뚜름히 뒤비져서는 느긋하니 tv축구에 빠져 있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콱 쥐어박고 싶다.


안그래도 “그런 걸 왜 돈 주고 고칩니까?” 하던 직원이 흔쾌히 손봐준 덕분에 컴을 잘 써오다가 몇 주 전부터 “아~! 알립니다. 며칠 내로 정품인정을 받지 않으시면 인터넷을 못하게 됩니다!” 라는 경고가 자꾸 떠서 할 수 없이 컴을 구입한 회사 써비스센터에 가서 A/S 받은 지가 보름도 안되던 터였다.


시간이 자꾸 흘러 하는 수 없이 숙제할 걸 챙기라 해서는 전에 근무하던 사무실로 가서 직원 컴을 빌려 논술문제를 두드리게 해서는 이걸 USB에 담고 그걸 다시 집에 와 풀어서는 PMP에 담았다. 정말 자식새끼 키우는 게 장난이 아니다.


점심을 한 숟가락 뜨는 둥 마는 둥하고 소 같은 놈을 과외선생 집에 데려다주고서는 과외 받는 동안 컴이나 고쳐야지 싶어 이리저리 전화를 해봤더니 자판기가 안 듣는 경우에는 USB형 키보드를 쓰면 거의 해결이 된다고 해서 문제의 그 회사에 그 키보드를 하나 사러갔다.


 

 

 

컴의 우환상태를 설명하고 키보드를 하나 집어드는데 22,000원이라길래 혹시나 빵이나 사가지고 가서 키보드가 안 들어 먹으면 반품이 되냐니깐 뜨그랄껏....포장을 열면 반품이 안 된단다. 그러면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겠냐니 본체를 들고 와서 거기서 쓰는 USB 키보드를 꽂아보자고 한다.


날은 추운데도 속에서 열불이 나서 어찌나 더운지....십원짜리를 날리면서 본체를 가지러 집에를 갔다. 여자는 뭣이 그리 궁금한 게 많은지 어찌됐냐? 왜 집에 다시 왔냐? 고 물어쌓는 걸 시끄럽다 고마! 이야기하려면 길다! 빽! 자르고 본체를 풀었다. 넨장....왔다리갔다리 휘발유 값만 해도 키보드 하나 나오겠다.


역시 동작이 안된다. 매니져 더러 A/S 받은지 보름 밖에 안됐는데 컴이 이 모양인걸 어찌 생각하냐고? 대기업 제품이 이래도 되냐고? 볼멘소리를 하니 써비스센터와 판매처는 다른 부서라고 고장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한다.


“내 본사 감사부서에 항의라도 해야겠다!” 라고 하니 하시라고! 아주 당당히 말한다. 그러면서도 쪼매 걱정이 되는지 표정관리를 하면서 내일 최고 빠른 순서로 방문 수리하도록  접수를 해드리겠으니 통화를 한번 하시라고 전화기를 넘겨주는 것이다.


밝은 목소리의 ARS여직원은 고객이 화를 못내도록 아주 사근사근하다. 이런 여자를 애인으로 두면 아마 뼈가 살살 녹을 것이다. 그간의 경과를 이야기하고 방문수리 접수를 하는데 고객님께 심려를 끼쳐서 너무 아주 많이 죄송하다고 한다. 잘하면 엉덩이도 두드려주겠다.


월요일 10시 40분에 방문수리기사가 왔노라고 마누라가 보고를 해왔다. 컴을 해부하는지 한참 만에 기사가 전화를 했는데 고객님의 컴이 별로 영양가 없는 바이러스를 이빠이 드셨다고 윈도우를 새로 깔아야하겠는데 수리비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이다.


그 전화를 보름 전에 컴퓨터 A/S를 받았던 그 써비스센터 직원과 연결을 시켰다. 지금 내가 또 수리비를 내는 게 이치에 맞는 거냐고! 하면서.


저녁에 집에 갔더니 늦둥이가 디아블로를 한판 때리고 있었다. 수리비 달라고 하더냐니 그냥 암말도 않고 가기에 쥬스를 한잔 줬다고 한다. 기름값도 서서히 올라서 차 유지비도 보통이 아닌데 이놈의 컴퓨터도 돈을 달라고 울어대니 큰일이다.


한번만 더 고장내면 그 때는 정말 컴퓨터를 없애버리겠다고 했더니 늦둥이 왈 : 그 공갈 백번도 더 쳤다고 이제 재미없다고 한다. 애새끼들이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