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야그

이웃

★진달래★ 2009. 6. 15. 10:38

 

 

 

토요일 저녁운동을 가는 길에 마누라가 뜯어온 상추를 한 봉지 챙기기에 누구주려고? 했더니 키득키득 웃으면서 “요새 성적이 좋아서^^!” 하는 겁니다.


아랫집 이야기입니다. 요즘 그 집이 일주일여 동안 조용한 것이 아주 살만했던 겁니다. 하도 소음에 시달리다 보니 조용한 게 당연한 건데 그게 또 너무 고맙게 생각될 정도이니 세상이 참 정상이 아닙니다. 어쨌든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건지 마누라도 그게 고마웠나 봅니다.


술을 끊었나? 출장을 갔나? 했더니 “그 양반 술 끊으면 내가 축하주를 한잔 사주고 싶다!” 고 합니다. 아랫집 주인 양반은 술을 먹으면 밤새 이야기를 해서 술을 깨는 체질인 모양인지 목소리나 작나? 그 이야기를 밤새 공유하다 보면 너무 너무 피곤합니다.


사정이 그러하니 늘 잠을 설치는 우리는 저놈의 집구석 언제 이사 안가나? 했고 간혹 엘리베이트에서 만나는 그 집 여자는 고개를 못 들고 구석에서 눈길을 피하던 것이었습니다.


좌우지간 그 집이 이사를 온 이후 처음으로 오랫동안 조용해서 마누라가 감사의 선물로 내가 키운 상추를 전해주러 간 것이고 정식으로 얼굴을 마주보게 된 것인데, 어제 일요일 저녁에 아랫집 주인 여자가 감자를 한 봉지 들고서 띵똥! 답례방문을 왔던 것입니다.


덕분에 거실 소파에 삐뚜름히 누워서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고 있던 나는  안방으로 쫓겨 들어갔는데 두 여자 탐색전 한 5분여 후 족히 두 시간이 넘도록 히히~~호호~~무슨 사설이 그리 많던지? 축구하고 온 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배고프다고 할 때까지 엉덩이를 떼지 못하던 것입니다.


저녁밥을 먹으면서 늦둥이가 “그 아줌마 왜 울었어?” 하니 그제서야 마누라가 낮의 이야기를 간단히 축소해서 들려주는데 아랫집 주인양반은 사업하다 망한 충격으로 술만 마시면 그 억울함을 밤새도록 하소연을 한다는 것이었고 그런 아버지를 말리다 결국 몸싸움까지 하는 아들이 우리 큰놈하고 동갑이라는 것이며,


지금은 아줌마가 회사에 다녀 버는 돈으로 겨우 먹고사는데 손에 물 안 묻히고 자랐던 친정에서는 내가 이렇게 사는 걸 전혀 모른다면서 눈물을 보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속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엘리베이트 구석에서 눈길을 피하던 그 여자가 참 활달하고 성격이 서글서글하더라면서 서방 잘못 만나 여자가 그리되었다! 라고 결론을 맺는데 이 여자는 뻑하면 서방 잘못이라는 게 단점이여~~~!


예전에는 부부간에 골프께나 쳤다는데 요즘 부자는 망하면 3년을 못 가는 모양입니다그려.


어찌됐던 왕년에 집에 금송아지 안 키운 사람이 어디 있더냐고? 그래 앞으로는 좀 조용히 잘 수 있게 해준다 하더나? 라고 물었더니 될 수 있으면 조용히 살겠노라고 약속을 하고 갔다는데 제 버릇 개 못준다고 과연 며칠이나 갈 것인지 걱정입니다.


근데 이번에 알게 된 사실로 밤에 이야기 하는 거는 윗집에서는 잘 들려도 아랫집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고 하더랍니다. 그 아줌마가 우리집 오기 전에 아랫집으로 사과를 하러 먼저 갔었던 모양인데 그 집에서는 전혀 시끄럽지 않다고 무슨 말씀이냐고? 하더라네요.


그 아랫집 사람은 미안해할까 싶어서 시끄럽지 않다고 한 건지? 귀가 어두워 안 들리는 건지? 우리집은 거의 노이로제 수준인데.....참 알 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