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관
세상이 시끄러워도 호박은 잘 자랍니다
오후 4시에 전화가 오기를 무기 계약직들 전보발령 났으니 출근하면 반발이 없도록 잘 이야기하라는 겁니다. 밤 근무에 들어가는 계약직이 오후 5시에 출근을 하는데 1시간 전에 발령을 냈다고 하면서 그 반발을 잠재우라는 것이지요.
잠시 후 출근한 계약직은 어디서 이야기를 듣고 왔는지 얼굴이 노랗게 떴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힘 없고 출세 못한 사람들의 비애가 느껴집니다. 사전에 어떤 말 한마디 없이 덜컥 발령을 내버리니 야간 근무 준비를 해 온 계약직은 어이가 없을 수밖에요. 이건 차별입니다.
애가 셋인데....하면서 한숨을 푹푹 쉬더군요. 안됐지만 어떻게 뭘 도와 줄 게 없습니다. 이 사업소는 야간 근무가 많다보니 수당이 꽤 되는지라 하위직들에게 선호도가 높아 경쟁이 치열합니다. 좀 있으니 전보된 계약직도 인사를 왔는데 둘이서 거의 싸울 태세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새로 온 계약직이 전 부서에서 적응을 못하는 바람에 도매금으로 다른 계약직들을 모두 전보해 버린 모양입니다. 니 불똥을 왜 내게 튀게 하느냐? 고 둘이서 티각태각~~~
4개월여 동안 같이 근무한 계약직은 아쉬운 작별을....새로 온 계약직은 업무교육을 시키는데 아무래도 고문관 비슷한 낌새가 보입니다.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하는 구성원이 있게 마련인데 이 화상을 어떻게 잘 다듬어서 업무 파트너로 만들어야 할까?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니나 다를까....당장 오는 일요일에 볼일이 있다고 근무를 바꿔달랍니다. 그래도 자식 키우는 가장인데 막 되먹은 인간은 아니겠지 하면서도 신경이 쓰입니다. 같이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직원이 이리저리 정보를 주는데 성격이 자기중심적인 모양이지요.
이렇게 모난 사람일수록 더 따뜻하게 감싸주고 보듬어줘야 하는데 그런 품성이 제 안에 자리하고 있으려는지 의문입니다. 다른 직원들은 머리를 내두르는군요. 승진도 못한 마당에 고문관과 근무해야 하는 시험에 들고 말았습니다. 날이 더 덥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