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야그

졌다!

★진달래★ 2009. 8. 19. 16:10

 

어제 퇴근하는데 아들놈 전화가 와서는 PMP가 작동을 안 하는데 어쩌면 좋겠냐는 것이다. 그놈의 걸 가지고 맨날 인터넷 강의도 듣고 수업도 하고 그러는데 큰일이다. 애비된 죄로 푹푹 찌는 날을 뚫고 학교로 날아갔다.


구내식당에 밥 먹고 있는 놈을 연락해 PMP를 받아왔다. 비싼 건데 좀 조심해서 쓰지! 한대 쥐어박고 싶다. 가까운 써비스 센터가 없어 경기도 군포까지 택배로 보내야 된단다. 쎄빠지게 달려오다가 신호등에서 황색등을 건넜는데 카메라가 있었다. 재수가 좋아야 하는데 없는 살림에 걱정이다.


저녁을 먹고 빤스 바람으로 부시럭거리며 스티로폼을 잘라 PMP를 포장했다. 그게 좀 예민한 전자제품이다 보니 어디 충격이나 받으면 절단이기 때문이다. 회사에다 전화를 하니 수리에 일주일 걸린다기에 좀 빨리 부탁한다! 그러니 포장지에다 빨리 해달라고 써놓으란다. 지금 장난하는 거셔?


스티로폼을 자르는데 부스러기는 왜 그렇게 많이 생기는 거얏? 포장을 마치고나서도 그놈의 날아다니는 하얀 부스러기 모아서 치운다고 욕봤다.


광테이프를 덕지덕지 바르고 주소를 타이핑해서 대충 잘라 붙였다. 취급주의도 붙이고 수리 좀 빨리 부탁한다고도 어쨌든 썼다. 답답한 놈이 샘을 파야쥐이..ㅋㅋ.

 

"나는 무슨 복이 많아서 이리 맨날 바쁠까? 정말 새끼들 때문에 하루도 빼꼼한 날이 없네~~" 투덜거리자니,  옆에서 삐뚜름하게 누워서 연속극 보고 있는 마누라가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한다.

 

정말 한대 쥐어 박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래도 먹물이 좀 들었기로서니 참는다. 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 내일 아침 일찍 우체국 가서 택배로 보내라고 말했다. 나가기 더운데 날더러 출근하면서 부치고 가면 안되냔다? 정말 인내심에 한계가 오려고 했다.


출근해서 9시 30분쯤 택배를 보냈는지? 보내고 나서 또 덜렁 영수증을 어디 버릴까 싶어서 전화를 했다. 신나게 게임에 빠져 있을 늦둥이가 전화를 받는데, 방금 나갔다 한다. 일찍 가서 안 보내고 뭐하다 지금 나갔냐고 물어보니, 뭐시기! 아침마당 다보고 간다고 그랬다 했다. 미친다. 테레비를 뽀쑤든지 해야겠다.


10시나 돼서 다시 전화를 해봤다. 통화중이다. 부치고 왔나 보다. 한참을 들고 있어도 안 받는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더니, 어라! 받자마자 전화기를 꺼버린다. 대단한 내공이 아닐 수 없다. 서방을 물로 보는 처사다.


그렇게 한 대여섯번 통화를 시도했지만 불통이었다. 아니 집 전화는 계속 통화중이고 핸펀은 울리다가....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해줄까? 하고 얼마나 불쌍했으면 낯선 여자가 다 물어보더라.


12시 40분에 집에서 전화가 왔다. 왜 전화 했는데? 한다. 이놈의 여편네를.....! 무슨 전화를 그리 롱~~! 하게 하느냐고? 소리를 질렀더니, 엄마하고 했단다. 올해 연세 80이 다 되신 장모님 참 원기도 좋으시다. 무려 세시간 가까이를 딸내미랑 통화를 했단다.


여자들 전화수다에는 할매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오늘 다시 한번 실감했다.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 많을까? 날마다 전화를 하는 것 같은데도 들었다하면 두 시간은 기본이요, 세 시간은 옵션이다.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물어보면, 그냥 안부 전화란다. 넨장 무슨 일 있었으면 전화통에 불났겠다.


영수증 버리지 말고 잘 놔두라고 했더니, 내가 바보냐? 고 한다. 그때는 또 똑똑하다. 언젠가 냄새나는 돼지고기 딥따 사와서는 환불하러 갔을 때 영수증 없어서 쓰레기통 다 뒤진 걸 벌써 까먹었단 말인가?


여자들 전화통 오래 붙들고 있는 거 정말 바쁠 때는 열 터진다. 폰은 왜 안 받느냐니 씰데없는 대리운전 광고전화인 줄 알았단다. 니가 술고래냐? 여러 가지로 참 사람 덥게 만든다. 이놈의 전화 때문에 언젠가 한판 또 붙지 싶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