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각태각
운동 갔다 와서 란제리 펄럭이며 선풍기 쐬고 있는 마누라 더러
“이제 일 좀해라! 엔가이 안 쉬었나?”
“먼 일?”
“취직해서 돈 좀 벌어란 말이다!”
“이 나이에 취직할 데가 어딨노?”
“와 엄노? 나가면 돈인데...60먹은 할매도 일한다!”
“몬한다....그리 돈 없는데 차는 뭐하러 바꿨노?”
애가 이제 대학을 가려고 수시원서를 넣는다만다 해싸니 이리저리 잠 안 자고 궁리를 해봐도 내 월급으로는 벅차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주위에 자식한테 올인했다가 퇴직 후에 살기가 영 초라해진 공무원 선배들을 보면 한숨이 나와서 노후 준비한다고 뭐 이런 저런데 돈을 넣다보니 여유도 없을뿐더러 맨날 먹고 취미생활이나 하는 마누라 더러 sos를 안 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운동 갔다가 심신이 좀 노곤해진 와중에 말을 꺼냈더니 단 한방에 no!를 보내는지라 성질이 안 날 수가 없습니다.
“와! 못한다는 기고? 자식새끼는 내 혼자 맹글었나?”
“히히히....!”
“웃기는....낼부터 일할 데 알아봐라!”
“나는 취직할 데 없다. 뭐한다고 지금까지 그리 돈을 몬 벌어 놨노?”
“공무원이 돈 많이 벌려면 도둑질 밖에 없는데....밤이슬 맞으러 다니까?”
“나는 모린다....알아서 해라? 약속한 거를 잊어 묵었나?”
“흐이그....그놈의 약속! 약속~~~”
또 한판을 하고 말았네요.
결혼할 때 집만 사면 마누라가 하는 일을 그만둬도 좋다고 약속을 했던 것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약속을 들먹이니....흑흑! 멀고 먼 인생이 밥만 묵는다고 살아지는 것도 아닌데...뭣에 씌어서 그런 택도 없는 약속을 했는지? 원망스럽습니다.
근데 자고 일어나서(따로 잤습니다!) 아침에 의견이라고 내 놓는 게 경전철 개통 되서 집 값 오르면 아파트 팔고 한 20평대로 이사 가자고 합니다.
애들 결혼하면 둘이 살건 데 큰집이 뭐 필요하냐고. 그런 머리는 핑핑 잘 돌아갑니다. 가진 거라고는 집 떠꺼리 하나뿐인데 팔아먹는 거 좋아하지요.
요새 밥 먹고 노는 사람이 어딨냐? 는 소리가 목구멍에서 치올라 오는 걸 겨우 참고 출근했습니다. 맨날 아침에 중국드라마 “정관의 치” 를 30분 정도 보다가 출근하는데 오늘은 일찍 나와 버렸습니다. 죽어나사나 한 이불 밑에서 치대끼는 마누라가 왜 이리 마음에 안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와서 장가를 다시 갈 수도 없고....물건 같으면 장에다 내다 팔아서 좀 마음에 드는 걸로 바꾸기라도 하겠구만....넨장!
직원이 그러네요. 그렇게 큰소리치다가 인생 말년에 곰국 끓여 놓으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ㅊㅊㅊ 사는 기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갑갑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