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야그

조카

★진달래★ 2009. 12. 7. 10:32

 

 

 

어제 조카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사상역 앞에 있는 파라콘호텔에서 했는데 비싼 호텔예식장이나 무료로 이용하는 시청예식장이나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외삼촌도 폐백을 받으라고 해서 신랑신부에게 절을 받았습니다. 나이 먹은 느낌이 들어서 별로였습니다. 덕담을 한마디 하라고 해서 “결혼하고 한 6개월은 좋지만 살아보니 사는 게 장난이 아이더라!“ 했더니, 왁! 웃었습니다. 뭐 열심히 살라고 해줬습니다.


조카가 참 머리가 좋은 놈이었습니다. 부산 구덕고등학교에서 수석을 한 번도 놓치지 아니했는데 대학 갈 때 카이스트. 포항공대, 서울공대를 두고 갈등을 했습니다. 경찰이었던 매형이 굳이 경찰대학을 안 보내려고 하고 서울법대를 가라는 누나 말도 안 듣더군요.


결국 포항공대의 장학금 혜택을 포기하고 서울공대를 갔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 했던 거 같습니다. 졸업하고 유학을 가려했지만 월급쟁이 경찰의 월급으로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지요. 그러던 참에 서울대를 졸업한 선후배들과 함께 서울에서 입시학원을 열었고 지금 그 학원이 대단한 열기를 내뿜고 있다고 합니다.


학원선생들이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보니 입소문이 돌았을 것이고 있는 집에서야 당연히 그 학원을 선호하겠지요. 매형 집에서 술을 한잔하는데 학원선생 연봉이 억대가 넘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사교육 시장이 그 만큼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긴데 그게 국가발전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매형이나 저나 애들 공부시키면서 그놈의 학원, 사교육비에 대해 참 불만이 많았었는데 젠장 조카가 그 학원선생을 해서 억대연봉을 번다고 하니 기분이 묘해지더이다. 그래서 세상은 막말을 못하는 거라고 하나 봅니다.


조카친구 8명이 결혼식 전날 서울에서 내려왔는데 그 추운 날 바다를 본다고 밤에 해운대로 몰려가더군요. 에이.....서울촌놈들^^


결혼식 날 축의금 접수를 맡았는데 억대연봉자들 봉투는 두툼하더군요. 역시 돈은 많이 벌고 봐야 될 일입디다. 매형이 경찰간부임에도 경찰들의 축의금 봉투는 서울대출신의 장가도 안 간 젊은 학원선생들의 봉투와 잽이 안 되더이다.

 

니기미! 대한민국 국가공무원 경력 30년 가까운 인생들의 허망함과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신혼여행은 경주로 1박 가더군요. 학원수업 일정이 그 만큼 빠듯하다고 합니다. 하루 10시간 강의. 마치는 시간이 1시. 회식은 밤 2시에 보통 한답니다. 돈이 좋긴 하지만 밤낮이 바뀌는 그런 생활? 선택이 주어진다면 과연 하고 싶어질까? 저는 못하지 싶습니다.


그러니 가난할 수밖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