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 살겠습니다!
집구석이 나날이 시끄럽네요!
아들이 수시 넣은 2군데서 꽝을 먹었습니다. 자식은 제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있었던지 시무룩하고! 아들의 성적을 과신한 마누라는 마누라대로 적잖이 실망하는 눈치고! 넨장 떨어질 거라고 나만 예감하고 있었나 봐요.
일반고에서 그 정도 실력이면 1등급으로 충분히 붙고 남을 실력이지만 특목고에서 내신은 그리 좋은 성적이 아닐 수밖에요. 지금 와서 뭐! 하러 특목고를 보냈던고? 방바닥 치고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없는 일인데도 마누라는 날마다 후회 막심합니다.
잘됐다 싶어서 이참에 지방국립대가라고 은근슬쩍 설득작업에 들어갔다가 부자간에 원수질 뻔 했습니다. 앉으나 서나 아무리 수판을 두들겨 봐도 뻔한 수입인데 엄두가 나지를 않습니다.
집안 형님 동생들이 서울 보내 너 등골 빠진다고 애를 설득하라고 해서 마누라랑 이리저리 토론을 하다가 그만, 시아버지는 왜 당신을 차별해서 땅 한 평 안 물려주고 형님이랑 동생한테만 줬냐고? 하는 바람에 또 한바탕 싸우고 말았네요?
아버지 돌아 가신지가 언젠데 아직 그 소리냐고 대판하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버지는 왜 나에게는 한 푼도 안 물려주셨는지가 정말 이상해지는 겁니다. 장남은 장남이라고 물려주고 막내는 막내라서 자식 뒤치다꺼리 끝났다는 기분에 물려주고 중간은 어중간해서 이도저도 못줬다는 것인지? 넨장 열불만 납니다.
버스 지나가고 택시 탈 형편도 아닌데 손들면 뭐합니까? 모두 제 방구석에 시무룩하니 틀어박혀 있는데 아들놈 담임은 또 그때 맞춰서 전화하는 겁니다. 정시에 충분히 합격할 점수니까 서울로 원서를 넣어라.....누구 허파 뒤집으려고 작정을 했는지? 모두 적군뿐입니다.
저녁에 모르는 애가 벨을 누르고 찾아왔습니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과외 하러 왔답니다. 이웃이 부탁을 해서 아들이 영어 과외를 시작한 모양입니다. 세 명이 부탁을 하는데 한명만 하기로 했다네요.
괘씸한 생각이 들어서 이왕 과외를 할거면 세 명 다해서 수입을 세배로 하면 너 좋고 아빠 좋은 거 아니냐고 했더니 세 명의 영어 실력이 너무 차이가 나서 수업하기가 곤란하다는 겁니다. 그걸 대충 못 맞춰서 과외를 못하다니...으이그 짜슥아...너한테 들어간 과외비가 얼만데 바보 같은 놈! 이라는 소리가 나오다가 들어갔습니다.
늦둥이는 어제 수학을 60점 받아왔습니다. 낙제는 면했네! 하고 웃다가 마누라한테 맞을 뻔 했습니다. 글짓기 최우수상이면 뭐합니까? 학원 끊고 혼자 공부 열나게 해보라는 저거 엄마 말에 쥐 죽은 듯 방에 틀어박혀 있습니다. 남의 애 과외해 주는 놈이 동생 공부는 못 가르치는 모양인지 공부 시작 5분 후에 키득거리고 장난질이니 뭔 공부를 합니까?
살기가 어렵습니다. 불우한 이웃이 멀리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그 당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