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눈꽃
눈을 봅니다.
첫눈입니다.
언제 눈 구경을 할까 싶더니 밤새 엄청난 눈이 내렸습니다. 눈을 기다려 온 우리들의 기를 죽여 놓네요.
5시에 전직원 비상이 걸려 밖을 내다보니 우와! 세상이 눈에 묻혀 버렸습니다. TV에 유치원과 초중학교가 휴교할 예정이라는 자막이 떠서 늦둥이 야호! 하더니 금방 정상등교라는 문자가 와서 시무룩해지더이다.
3시간을 걸어서 출근을 했네요! 차 없는 도로를 바람에 날리는 우산을 치켜들고서 혼자 외로이 걷는 맛이 미묘했습니다. 그래도 도시락 통을 억씨게 붙잡고 걸었습니다. 작년의 경험에 의하면 오늘 같은 날은 중국집 철가방도 음식배달에 아주 대차게 나오기 때문에 도시락이 아니면 굶거나 라면으로 떼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미끄러져서 도시락을 땅바닥에 패대기치는 일이 안 생기도록 아주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7시가 좀 지나자 제설차가 곳곳에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제설차 뒤에는 출근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따라붙더군요. 간간이 오가는 차안에서 묵묵히 홀로 걸어가는 나를 장하게 바라보더이다.ㅋㅋㅋ.
9시 좀 넘어 사무실에 도착하니 간밤 근무자가 염화칼슘을 뿌리고 있더군요. 상황보고를 하고서는 작업복을 갈아입고 당직실에서 사무실까지 오솔길을 내었습니다. 뒤이어 출근하는 직원들이 걸어서 출근한 나를 보고 놀랍다고 합니다. 등산은 어찌 가냐고 했더니 웃더이다.
직원 두 명을 지원 받아 산길 오르막의 눈을 치웠습니다. 가로수에 내려앉은 눈들이 은빛으로 빛납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 밖에 없던 산속 일터에 하나가 더해졌습니다. 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