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면파출소에서 전화가 왔더군요. 6시 이후에 직원들 족구 경기하려는데 운동장 좀 빌려달라고. 쓰시라고. 다만 절전관계로 가로등이 격등이라 좀 어두울지 모르겠노라고. 근데 목소리가 너무 귀에 익은 겁니다. 상대방도 내가 누구냐고? 다시 물어 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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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입니다.
공무원사회를 개혁하자고 공무원들이 서울 종로공원에서 상경집회를 열기로 했었지요. 개혁에 대한 공무원노조의 열망이 최고조일 때였습니다. 물론 저도 상경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으니 그런 정보가 당연 경찰서로 첩보됐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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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는 그냥 어디 잠시 다녀온다고 말하고 퇴근 후 집엘 들리지 않고 상경할 직원들과 외딴 음식점에서 서울로 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집에서 전화가 온 겁니다. 경찰서에서 어디 있는지 지금 찾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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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회에 참석하는 걸 막으려고 아파트에서 잠복 중이던 형사가 제가 안 보이니 집으로 확인 전화를 걸었던 겁니다. 마누라는 그제서야 서울로 간다는 걸 알고 놀랐던 거지요. 그 담당형사가 제가 근무 중인 지역의 파출소장으로 와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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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인연이라고 어찌나 얼굴 한번 보자고 하는지? 홍삼 음료 한 박스 사들고 찾아간 파출소는 참 아늑하더군요. 사는 동안에 결코 자주 갈 데가 못되는 경찰서. 법원. 병원 등등. 정년이 2년 남았다는 그 경찰도 많이 늙었고. 저 보고도 많이 늙었다고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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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나 군대나 공무원조직이나 당연 개혁이 되어야 하고 부정부패를 추방해야 하는데 그게 왜 진척이 안 되는지에 대해 우리는 아직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없었고 그런 이야기는 피하게 되더군요. 벽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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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한 포기가 18.000원이랍니다. 다 같이 김치를 못 먹으면 공정한 사회일까요? 고기는 더 줘도 김치는 더 못준다는 삼겹살집이 생기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