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2010. 10. 8. 10:18

 

독한놈 

 

 

 

 

어저께 당직이라 밤 11시쯤에 컴퓨터 제어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가락에 극심한 통증이 오더군요. 악!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불로 지진다고 하는 그 표현 말입니다. 그래도 시간을 놓치면 안 되는 작업인지라 한손으로 발가락을 주무르면서 일을 하는데 급기야 발가락이 퉁퉁 부우면서 종아리에 마비가 오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게 뭔 일인가? 싶은 것이 겁도 나고 뭐가 물었나 싶어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 것도 없더군요. 그래서 신고 있던 슬리퍼를 살펴보니 세상에 슬리퍼 바닥에 지네가 붙어 있는 겁니다.


요즘 절전하라고 하도 강조를 해대는 탓에 불을 하나만 키고 작업을 하느라 사무실 바닥에 있던 지네를 못 봤던 모양입니다. 일단을 슬리퍼로 패대기쳐서 지네부터 하늘나라로 보내주고 냉장고 얼음으로 발가락을 문질렀습니다.


인건비 예산 줄인다고 정문 청원경찰을 없애 혼자 근무하는데 다리에 마비가 오니 야간작업은 물론이고 이거 큰일 났다! 싶더군요. 직원을 부르자니 한밤중이고 고민을 하다 우선 마누라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마비가 심해지면 마누라가 택시라도 타고 오라고 말이지요.


아파보지 않으면 말을 하지 말라더니 지네한테 물린 그 고통 정말 대단하더이다. 새벽녘까지 얼음마사지를 했더니 통증이 가라앉는데 다행스럽게도 지네 알레르기가 없었나 봅디다.


사무실이 산 중턱에 있는지라 밤만 되면 온갖 곤충이랑 벌레들이 찾아오는데 살아 있는 자연이 좋기도 하지만은 지네는 전혀 반갑지가 않습니다. 야근할 때 갑갑하다고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는 것도 참 위험한 일이란 걸 알았습니다.


어제 낮에는 빗물 배수통에 큰 살무사가 들어와 나가지를 못하고 있기에 집게로 건져서 보내주려고 했더니 어찌나 물려고 덤벼드는지? 아침에 보니 사라지고 없네요. 농구선수 허재가 뱀탕을 먹고 펄펄 날았다는데 구워먹을 걸 그랬나?


뱀을 보고나니 잔디밭에 들어가기도 머뭇거려집니다. 텃밭에 호박이 얼마나 컸는지 보러가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