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
“이 덮어씌운 게 떨어졌다!”
서방 출근하고 난 뒤에 뭐 맛있는 거 혼자 먹었던지 몇 년 전에 씌운 보철이 홀라당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처음 충치가 발견되어 마누라가 보철을 할 때 금으로 못하고 메탈로 했던 것이 늘 맘에 걸렸었는데 드디어 그 돈을 깨먹을 때가 온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그렇지. 금값이 최고로 비싸다는 때가 지금 아닌가? 이런 시기에 이가 탈이 나다니! 참 나는 왜 이리 재수가 없을까? 예전에 충치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어이 봐라! 충치 그런 거는 시집오기 전에 완벽히 치료하고 와야 되는 거 아이가?” 했다가 박살나게 부부 쌈을 벌였던 기억이 있는지라 속으로만, 수억 깨지겠군! 궁시렁대다가 얼른 치과에 가봐라! 했다.
근데 떨어진 보철을 보니 깨진 데도 없이 말짱해서 다시 붙이기만 하면 될 것 같아서 그걸 가지고 원래 보철했던 치과로 가보라고 그랬다. 그러고서는 오후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어찌된 거냐고 전화를 해봤더니 “없는 놈은 서러워서 치과도 못가겠더라!” 하는데 전화기 선을 타고 엄청나게 흥분한 마누라의 콧바람 소리가 쉭쉭 들려오던 것이다.
안 그래도 아들놈 대학 들어가고 난 올해 벌써 대출금이 천만 원 가까운 빚쟁이가 되었는데 보철 값이 택도 없이 많이 나와서 마누라가 열 받았는가 싶어 또 걱정이 되던 것이었다.
마누라가 처음 부원동의 K치과에서 보철을 할 때도 금으로 하라고 간호사며 의사가 며칠을 권하는지라 “니기미! 언제 우리나라 치과의사가 금은방 영업까지 하느냐” 며 속으로 욕을 퍼지르면서 끝까지 우겨 시퍼런 컬러의 쇠로 보철을 했는데 그나마도 30만원 가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놈의 마누라가 “뭐하러 차비 들여 시내까지 가느냐?” 하면서 아들이 젖니 빼러 다니는 삼계의 H치과엘 갔다는 것이다. 아들이 H치과에 가기 전에는 삼계의 S치과가 단골이었는데 언젠가 늦둥이가 학교에서 우유급식을 받아오다가 복도에서 미끌어져 앞니가 조금 부러진 일이 있었는데 그때 S치과는 그냥 두면 이 뿌리가 썩는다는 둥 이를 갈아내고 덮어씌워야 한다는 둥 해가면서 엄청난 견적을 내면서 신경치료를 해야 된다고 설치던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간 치과가 H치과였는데 여기서는 간단하게 이를 조금 붙여내고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 연유로 신뢰가 쌓인 치과인 만큼 마누라는 별다른 걱정 없이 떨어진 보철을 들고 찾아간 것이었다. 근데 지금 와서 말이지만 H치과는 접수 보는 간호사가 좀 호감이 안 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날도 들고 간 보철을 보는 순간 “금은 잘 붙는데 이건 잘 안 붙을 것 같다는 !” 별 말도 안 되는 소리부터 하더란다.
몇 주 전에도 마누라가 충치를 떼우는데 하도 금 타령을 해대서 24만원이나 주고 했는데 뭐 궁금한 것이 있어서 의사한테 물어보려고 했더니 선생님은 바쁘시니 자기한테 물어보라고 하더란다. 지가 뭐 의산지 간호산지 옇던 간에 사기는 잘 부숴진다느니 금이 아니면 안 된다느니 해서 금으로 하긴 했지만 이건 빙 둘러 사람 자존심을 건드려가면서 환자의 선택할 권리를 싹 무시하더라는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접수를 하고 의자에 누웠더니 의사가 입안을 보고 보철을 닦고 소독을 해서는 금방 끼워줄 것 같더니 어느새 마음이 변했는지 이 보철은 도로 끼울 수도 없고 또 이가 썩어서 새로 이를 해 넣은 다음에 금으로 덮어씌워야 되겠다고 하더란다.
그래서 마누라가 이가 썩는다면 아플텐데 통증도 없고 먹는데 아무 이상 없으니까 그냥 끼워달라고 했더니 의사가 금 타령을 해대면서 원래 했던 치과로 가지 그랬느냐고 하다가 다시 그 싸가지 간호사가 들어와서는 금으로 해야 좋다고 낯 뜨겁게 권하면서 보철비가 부담스러우시냐고? 어려우시냐고? 또 슬슬 긁더라는 것이었다.
하도 권하고 그러니 마누라가 그럼 견적이 얼마나 나오냐? 고 물어나 봤더니 얼쑤! 100만원이라는데, 니들은 벌이가 좋아서 100만원이 애들 껌 값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참 큰돈이다! 싶어 성질을 꾹 누르며 그냥 끼워 달라고 했더니 의사가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라면서 한참이나 의자에 눕혀 놓고 가버리더라는 것이었다.
그 한 10여분 동안 의자에 누워 온갖 상념에 젖었을 마누라를 생각하면 당장 그 치과를 찾아가 불이라도 싸질러버리고 싶은 거는 내 혼자 성질뿐이고 이런 게 과잉진료 아닌가? 싶어서 공무원만 아니면 정부부처에 민원이라도 넣어서 한번 따져보고 싶어지던 것이었다.
어쨌든 냉랭한 마누라 요구에 의사도 할 수 없이 100만원을 포기하고 그 보철을 도로 끼워 주었는데 마누라는 만원내고 다시 끼운 그 보철로 씹고 뜯고 즐기는데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이다. 떨어지기 전에도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제 저녁에 해반천 운동 나간 김에 99만원 번 기념으로 오늘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했더니 뒷고기 집에 가자기에 평소 둘이서 고기 3인분에 소주 한 병이면 만땅! 되던 것을 뭔 공짜 돈 생긴 기분이 들어서 고기를 5인분이나 처먹고 국수까지 먹었더니 자는 밤새 배가 꼬르륵거리다가 결국 새벽 3시께에 설사가 좔좔하던 것이었다.
재수 좋은 여자는 넘어져도 가지 밭에 넘어지고 안 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뭐가 부러진다더니 내가 그 짝이 난 것인가? 아니면 훌륭하신 의사양반의 말씀대로 100만 원짜리 보철을 새로 하지 않아서 벌을 받은 것인가?
아무리 돈이 좋은 세상이긴 하지만 의사가 조금이라도 서민의 입장에서 치료를 해주고 상담해주는 그런 세상이 언제나 올 것인지? 얼른 왔으면 좋겠는데ㅠㅠ
마누라가 치과 의자에 누워 의사랑 100만원에 서로 갈등하며 금으로 하면 의사는 얼마를 벌기에 저럴까 싶은 마음에 얻은 결론이라고 말하기를 “세상에 돈 앞에 당당한 놈은 잘 없는 거 같더라!”.....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