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만들기(2탄)
저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바가지 만들기에 재도전했습니다. 블친구들께서 달아주신 댓글도 참조하고 사무실에 공공근로 나오시는 할머니의 노하우를 며칠에 걸쳐 전수 받았쉽니다. 조용한 토요일 당직이라 얼른 업무 준비해 놓고 숲에 들어갔지요.
산속 찬 기온에 다 시들어 버린 잎을 덮고서 조롱박들이 아주 초췌하게 매달려 있었습니다. 손톱이 안 들어갈 만큼 딱딱하게 익어야 된다는데 이렇게 잎이 다 시들어버려서 익기 전에 얼어서 썩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작은 것들은 놔두고 세 개를 따왔습니다. 오다가 보니 모과나무에 노랗게 익은 모과가 열려 있어서 그것도 보너스로 땄습니다.
조롱박 3형제를 이번에는 부엌칼로 사정없이 쫘악 갈랐습니다. 박속처럼 희다고 하더니 정말 하얗습니다. 수박향기가 납니다. 숨김없이 속을 다 내보인 박이 좀 부끄러워하는 듯합니다.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냈습니다. 이 일은 역시 좀 어렵네요. 기술이 필요한 듯합니다. 긁어낸 박속은 나물로 먹는다 하던데 참 부드러운 것이 과즙이 졸졸 흐릅니다.
저번에는 냄비에다 박을 푹푹 삶았었는데 공공근로 할머니 말씀이 삶는 것이 아니고 쪄야 된다고 하더군요. 찜통에다가 받칠 게 없어서 컵을 깔고 그 위에다 조롱박을 얹었습니다.
김이 폭폭나도록 쪄서 건져내는데 조롱박이 흐느적흐느적 하네요! 뭔가 또 불길한 예감이....ㅠㅠ. 어쨌든 많은 분들이 가르쳐주신 그대로 그늘에서 한 이틀 잘 말려보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박 만들기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어떤 블친구께서 삶아서 박껍데기를 벗기라고 하던데 그냥 둬도 흐느적거리는 박껍데기를 어떻게 벗길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실패하면 내년에 해볼 수밖에 없는데 누가 내년을 기약할 수 있겠습니까? 단단한 바가지가 되려는지 억수로 많이 궁금해 미치겠습니다.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