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야그

마누라를 바꾸고 싶어요ㅠㅠ

★진달래★ 2010. 12. 10. 12:07

 

세월이 너무 빠르다고 생각 안 하시는지요?

 

 

갑자기 마누라가 보기 싫어지고 저런 인간하고 평생을 같이 살아야 하나?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마누라도 나를 보고 저런 화상하고 죽을 때까지 마주 보고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었을 겁니다. 암 있었겠지요? 그런 인간들이니 사네마네하면서도 붙어사는 거겠지만. 내일 처가에 김장하러 가야 되는데 이런 기분으로 둘이 차타고 가기도 싫어지고 김치고 나발이고 귀찮아집니다.


식사 후에는 늘 사과를 먹는데 오늘 아침에는 왠지 왜 맨날 나만 밥 먹고 사과를 깎아야 되나 싶어서 숟가락을 놓자마자 TV를 보고 있었더니 마누라가 심통을 내며 사과를 깎아서는 기차 화통소리로 늦둥이를 부르더니  “너거 애비 갖다 줘라!“ 하면서 사과를 가져다주는데 그만 휙! 내던져버리고 싶은 걸 참았습니다.


하루하루 서로 미워하다가 좀 좋으면 히히덕거리며 살아 온 게 벌써 22년짼데 아직도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이렇게 뿔이 돋아 사니 참 많이 모자라는 인간들입니다. 그런 이유가 다 서로에게 바라고 원하는 게 많아서 그럴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한 이불 덮고 같이 사는 인간에게 뭘 좀 바라는 것도 절대적으로 나쁜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여드름이 낫더니만 전화도 안 하는 아들놈이 며칠 전에 저거 엄마랑 통화를 했는데 입던 잠바를 태워먹었다고 하더랍니다. 서울 올라갈 때 없는 돈에 할인세일해서 근 30만원이나 주고 사 간 오리털 파카인데 태워 먹었다니 옆에 있었으면 분명 한대 패줬을 겁니다. 옷 살 때마다 브랜드 찾아쌓더니ㅊㅊㅊ. 그럴 때 꼭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이 누굴 닮아가지고 그 모양이야?” 뭐 마누라와 나 둘 중에 하나겠지만 서로 속으로 나는 그렇게 덜 떨어지지 않았다고 머리 굴리고 있었겠지요?


뭐하다가 옷을 태워 먹었냐고 속 깊은 데서 뻗치는 화를 감추며 물어보았더니 M.T가서 여학생들 고기 구워주다가 그랬답니다. 멍청한 놈이 집에서 고기 먹을 때는 저거 애비 에미 먹는 것도 한번 구워줄 줄 모르더니ㅠㅠ. 수선하려고 서울에 있는 옷 브랜드 매장엘 갔는데 안 된다 그러니 처음 옷 산 데로 가면 수선이 될지 몰라서 택배로 보낸다는 겁니다. 밥 팔아 똥 사먹어라 이놈아!


어쨌든 택배를 받아보니 앞섶에 오리털이 뭉텅 빠질 정도로 옷이 탔는데 A/S를 맡겼던 대리점에 가서 찾아와야 되는 거였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의류 브랜드인데도 A/S가 안 된다는 황당한 답변을 받아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안되면 기워서 작업복이라도 하게 같은 천 쪼가리라도 좀 보내주든가? 두 번 다시 그놈 브랜드 옷 안 사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사정이 그렇다면 마누라가 오전에 그 옷을 좀 찾아다가 골목 옷 수선 집에라도 가서 옷이 고쳐지는지 알아나 볼일인데 맹탕으로 당직하고 아침에 퇴근하는 내만 기다리고 있던 것입니다. 어제 그것 좀 해결하지 뭐했냐고 하니 당신이 퇴근해서 차 엔진오일 갈러 간다길래 가는 김에 찾아오면 되지 뭘? 그러는 겁니다. 그런 일은 어찌 그리 기억을 잘하고 머리회전이 빠른지 신기한 일입니다. 공부를 그리 잘했으면 판, 검사 했겠다 싶더만요.


당직하느라 못잔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12시인데 이놈의 마누라가 안 보이는 겁니다. 운동하러 갔던 거지요. 참 편한 백성이 우리 집에 있었네! 싶더라고요. 점심을 먹고 나가야 하나 그냥 가야 하나 그러고 있는데 들어오더군요. 근데 "무슨 배가 벌써 고픈데? 갔다 와서 먹지!" 하면서 목욕탕으로 휙 들어가 버리는 겁니다. 넨장, 연금이라도 안 나오는 직업을 가졌더라면 퇴직하는 그날로 서방 쫓아낼 마누라지 싶습니다.


또 성질이 나는 걸 참고설랑 차를 끌고 써비스센터에 가는데 짜증이 나니까 자주 가던 써비스센터를 다 가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뉴턴을 해버린 겁니다. 하옇던 간에 슬픈 길치는 다시 길을 돌아서 기름 내버려가며 엔진오일을 갈고 점검을 마쳤지요. 오는 길에 옷을 찾아 동네에 있는 수선 집엘 갔더니, 사장님이 이 정도는 A/S가 충분히 될 것인데 그 브랜드 참 이상하네! 하면서 또 같은 설명을 되풀이 시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씀이 자기가 전에 살던 수원에서는 이런 거 금방 다른 옷으로 바꿔준다고 합니다. 수원은 어디 한국 아니던가요? 그러면서 어디 가서 비슷한 천을 구해서 다시 오라는 겁니다.


좁은 골목길에 차를 겨우 빼서 집엘 오니 세상 편한 마누라는 봤던 드라마 재방송을 보는데도 무슨 재미가 그리 있는지 갔다 왔냐는 말도 없습니다. 떨거덕거리며 마누라가 점심을 하는 동안 집안에 비슷한 천 쪼가리가 있는지 방마다 서랍마다 다 열어봤더니 마침 비슷한 천이 하나 있더군요.


점심 먹어라 해서 식탁에 갔더니 돌솥 밥을 해놨는데 먹고 배 터져 죽으라는 소리 같습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밥이 많으면 밥맛이 없어지는 체질입니다. 이게 도대체 밥이 몇 그릇이냐? 했더니 배 많이 고프다며? 하면서 마누라는 고구마 껍데기를 까고 있습니다. 표도 안나더만은 다이어트는 참 자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좀 졸리기도 한 것이 마누라가 수선 집을 갔다 왔으면 싶은데 고구마 먹으면서 드라마 보는 꼴이 도대체 엉덩이를 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아마 갔다 오라고 하면 100% 날씨가 춥다느니, 자기가 손댄 일은 자기가 알아서 마무리하는 것이 맞다느니 하다가 결국은 자식일에 남자 여자 따지는 건 구석기 시대 논리다! 라는 공자말씀을 하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일이라서 내가 앓느니 죽지! 하며 옷가방을 들고 수선 집엘 갔습니다.


어제 첫눈이 온 탓에 날이 얼마나 시린지, 수선집에서 돌아오면서 내가 이래 살아야 하나! 싶어 얼마나 뿔따구가 나는지 퉁퉁거리며 엘리베이트를 타는데, 어라! 카트에 박스를 세 개나 실은 마트 배달기사가 5층 번호를 누르는 겁니다. 몇 호 가느냐고 물으니 우리 집이더군요. 마누라가 내일 친정간다고 얼마나 장을 많이 봐왔는지? 밉다 밉다하니 갈수록 태산입니다! 김장이고 나발이고 내일 처가에 같이 안 가면 집구석 깨박살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