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티각태각한 탓에 서로 꿍해가지고 김장하러 처가에를 갔었지요. 마누라를 생산하신 8순이 넘은 두 분을 뵈니 사는 게 뭔가 싶게 허망하기도 하고 뭐 그런 기분이 듭디다. 장인어른께서 쌀농사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하시면서 현미하고 찹쌀을 많이 주시더군요. 농사일이 힘에 부치셔서 남에게 도지로 다 준다고 합니다. 막내처남이 논을 팔아가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하더군요.
살아생전에 부동산을 다 자식들에게 나눠준 모양인데 마누라가 또 삐치더군요. 처녀시절 돈 잘 벌 때 집에 많은 도움을 줬는데 왜 딸이라고 재산을 좀 안 주느냐고 하더군요. 장인어른 웃기만 하시고 말이 없더군요. 딸도 자식인데 재산 좀 나눠주면 좋으련만....ㅋ.
살기가 더 팍팍해져서인지 올해는 친정에 김장하러 온 처제들이 많았습니다. 마누라 여자 형제들 다섯하고 처수까지 앉아서 김치를 비벼대니 오후 2시쯤에 김장이 끝나더군요. 다들 1년치 먹을 김장을 나눠 가지고 돌아들 가는데 처가에서 돌아올 때는 늘 그렇듯이 얼마나 많은 먹을거리를 차에 실었는지 차가 퍼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차가 잘 달리더군요. 우리나라 차 참 튼튼합니다.
그 와중에 남은 김장 양념을 우리가 가져 온 덕분에 마누라는 절인 배추를 더 주문해서 집에서 또 배추를 치대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김장을 두 번이나 합니다. 배추 파동이 수습되고 나서 배추 값이 많이 내렸다더니 그래도 절인 배추 한 포기에 5천 원씩이나 줬다고 합니다. 뭐 소금 값도 많이 올랐다고도 하고.
퇴근해 와서 밤이 이슥해지도록 배추를 치댔습니다. 제작년에는 누가 치댄 김치가 더 맛이 있는지 본다고 김치통에 표시도 하고 그랬는데 올해는 싸웠던 관계로 그런 거 다 생략했습니다. 그래도 김장한다고 늦둥이가 인증샷은 해주더군요. 처가에서 가져온 김치도 많은데 또 집에서 김장을 했으니 그 많은 김치를 어디다 다 보관을 하려는지 걱정이 되더만 아침에 보니 어디에 다 넣어뒀는지 보이지도 않더군요. 올해는 김장도 많이 하고 쌀도 많이 얻어오고 해서 월동 걱정은 없어졌습니다.
근데도 요즘 마누라는 이런 소리를 합니다. 광에 무우가 10포대나 있던데 한 포대 더 가져올 걸 그랬네! 시집간 딸년들은 다 도둑년임에 절대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