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이주
일찌감치 점심을 해결하고 나서 삽과 곡괭이를 들고 숲으로 갔습니다. 작년에 칡넝쿨을 자르면서 봐두었던 야생감나무를 캐러 간 것인데 이걸 갖다가 사무실 정원에 심어서 한번 멋지게 키워볼 생각이었지요. 근데 말이지요. 비탈진 숲속 아카시아나무 틈새에서 제 맘대로 막 자란 감나무 한그루를 캐낸다는 것이 보기보다 참 힘들고 어려운 일이더군요. 허리 뽀사지는 줄 알았습니다. 사실 포기할까말까 몇 번을 망설였던 것이 사실입니다...흐흐흐.
헉...어설픈 일꾼ㅠㅠ. 직원에게 한소리 듣게 생겼습니다. 요령도 없으면서 힘만 디립다 주는 바람에 곡괭이 자루가.....
뜨거운 육수를 뽑으며 1시간 반 정도 파고 보니 뿌리가 들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지요? 곡괭이를 뽀사먹고 나서 다른 농기구를 가지러 사무실에 한번 갔다 오는데 산길이 얼마나 먼지? 숨이 턱에 닿더군요. 산을 올라가 울타리를 빙 둘러서 개집 앞을 지나가는데 이놈의 개새끼가 반갑다고 얼마나 달려드는지 너무 성가셔서 나도 모르게 발로 퍽....ㅋㅋㅋ
음....감나무 뿌리를 캐내는 옆에서 발견된 고무 밴드. 사업소 조경을 했던 업자들이 파묻어두고 갔나 봅니다. 이런 인간들 때문에 환경오염이 가속화된다고 봐야겠지요. 다른 데를 파보니 밴드가 한 뭉텅이가 더 나와서 10원짜리를 날리면서 꽁꽁 묶어가지고 사무실 쓰레기통에 버렸네요. 나는 왜 이렇게 일복이 많은지 모르겠슈ㅠㅠ.
감나무를 캐서 사무실 정원까지 메고 오는데 하늘이 노란 것이 혀가 쑥 빠지려고 하더군요. 도저히 어깨가 아파서 나무를 내려놓고 다시 헥헥거리며 산길을 돌아 또 달려드는 개를 피해 사무실에 가서 톱을 가지고 와 윗부분을 잘랐습니다. 공구도 한꺼번에 가지고 가면 그런 헛고생을 안 할걸.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어른 말씀을 100% 동감했습니다.
구덩이를 힘닿는 만큼 깊게 파서 거름을 넣고 멋지게 심었습니다. 바람이 심하니 자빠질까 싶어 다시 산에 들어가 막대기를 몇 개 주워 와서 어설프게나마 지지대도 세웠습니다. 물을 두 양동이를 갖다가 붓고 나니 아이고 3시간이 흘렀네요. 안 그래도 정원 빈 공터에 과실수를 좀 심어보라는 윗분의 말씀도 있었는데 오늘 밥값을 했습니다. 이왕 심은 거 단감나무였으면 좋겠습니다. 감 열리면 연락하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