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도는 세상!
간만에 햇볕을 보는 와이셔츠
‘윽! 또 다리미질을....’
금요일 퇴근해서 본청으로 발령났다고 말을 하자마자 보이는 마누라의 반응입니다. 앞으로 정장을 입고 출근을 해야 되니 한여름에 하던 다리미질이 생각났던 모양인데 여름철에 하는 다림질이 좀 덥긴하지요?
정확히 5년하고도 20일 만에 본청으로 전입을 하는 건데 하긴 뭐 출세해서 가는 것도 아니니 마누라한테는 짜달시리 좋은 일이 아닌 건 분명합니다. 내일 사령장을 받고 국으로 가면 자리를 받겠지만 아마 전에 했었던 기관장 모시는 따까리 업무를 하지 않을까 추측을 합니다.
사업소로 나올 때는 1년만 있다가 오너라! 하는 우스갯소리들을 했는데 그새 벌써 5년이 흘렀고 정치적으로 당이 바뀐 시장에게 사령장을 받게 되었으며 두 번 다시는 선거와 관련된 일에 개입해서는 안되겠다! 하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하긴 그게 내 마음대로 되려나요?
직원들이 영전을 축하한다고 악수를 청해오지만 나이 들어서 다시 가방모찌로 돌아간다니 그리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일이나 업무적으로 윗사람도 없고 스트레스도 적은 외청에 있다가 퇴직까지 몇 년 남겨놓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시 본청으로 간다니 걱정도 됩니다.
오늘 마지막 당직이라 책상 비우고 캐비닛 정리하고 보니 라면 한 박스의 짐이 나옵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산속에서 개 한 마리와 당직할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참 어저께 출장갔다가 식당에서 잔반을 얻어 산속의 놀랭이를 보러 갔었는데 이놈의 짐승이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그냥 땅바닥에 들어눕더군요. 정이 뭔지...
5년 전에 모시던 분이 공천에서 탈락하고 사업소로 나올 때 좌천을 당했느니 쫓겨가느니 말도 많고 오해도 많았었는데 그런 시절이 다 지나가고 다시 그 자리로 가면 이번에는 무슨 소문이 나려는지? 이런 기분이 좀 있어 보이는 단어로 하면 감개무량하다는 말이겠지요?
다시 시작한다는 것에는 늘 걱정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생겨납니다. 바뀐 윗분과 얼굴도 모르는 직원들과 부대낄 일만 남았는데 곧 적응이 되겠지요. 죽어라는 법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