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농사^^
3주 만에 주말농장을 가봤습니다. 땅은 거짓말을 안 한다더니 채소를 얼마나 풍성하게 키워놨는지 골에 넘쳐나더군요. 옆집의 호박넝쿨이 경계를 침범해서 그늘을 드리워도 열무와 치커리 얼갈이배추가 엄청 자랐더군요. 문제라면 너무 총총하게 씨를 뿌렸다는 거.
일단 상추와 치커리만 놔두고 모두 뽑아서 물김치를 담자고 수확을 하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들고 가나 하는 중에 마침 다른 가족이 밭에 나왔더군요. 저거 밭에는 도통 뭐가 자라지를 않는다고 하기에 마누라가 열무를 한 아름 안겨줬더니 좋아하더이다.
볕이 얼마나 뜨겁던지 그거 한 고랑을 뽑는데도 비지땀이 흐르더군요. 농협매장에 박스를 얻으러 터덜터덜 아스팔트를 걸어가는데 맥이 빠지는 것이 농사짓는 게 얼마나 힘 드는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더이다.
씨를 다시 뿌려두고 박스를 트렁크에 싣는 사이 마누라와 아들은 손을 씻으러 갔는데 인적이 드문 작은 시골에도 멋지게 공원을 만들어 놨더이다. 분수가 시원하게 뿜어지는 공원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서 채소를 다듬자니 정말 농사꾼이 된 기분이더이다.
게다가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니 철가방이 쌩하니 날아오는데 세상이 참 편리해졌다는, 새로 뿌린 열무가 돋아나는 한 달여 뒤에는 공원에서 고기 한번 구워먹자는 약속까지 했습니다.
지금쯤 마누라는 어제 담은 열무김치 나눠준다고 바쁘지 싶네요. 요새 채소 비싸다던데 주말농장까지 당첨돼서 이렇게 자급자족하면서 사는데 왜 부자가 안 되는지 모르겠네요. 참 이상한 일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