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야그

의리와 설사

★진달래★ 2012. 12. 27. 09:45

 

 

 

 

 

친구 따라 지게 지고 장에 간다고 남들이 크리스마스라고 분위기 띄우니까 우리 애들도 따라 해보자고 하더이다. 촛불은 안 켰지만 그래도 무드는 있어야 안 되겠냐고 음악도 틀고 그러면서 뭘 주문할 것이냐를 두고 잠깐 시끌벅쩍하더군요. 큰놈이 휴가 나와 있던 참이라 늘 먹고 싶은 거 찾아 외식을 하면서도 날이 날인지라 또 시켜먹을 참인가 보더라고요.

 

니들 맘대로 해라! 하고서는 마누라와 저는 안방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통닭하고 피자가 왔는지 한 조각 드시라고 하더군요. 마누라는 원래 그런거 별로이고 저는 저녁밥 삼아서 통닭 두 조각하고 피자 한 조각을 거들어줬습니다. 그리고는 새벽까지 두 놈이 영화를 본다고 방에 불이 꺼지지 않더이다.

 

아침이 밝았는데 학교 간다고 나온 작은놈 인상이 별로였습니다. 밥도 먹지를 못하고 말도 안하고 그렇더군요. 늦은 저녁에 그렇게 먹었는데 배가 고플까 싶어 저는 출근을 했는데 늦게 일어난 큰놈이 화장실에서 나오지를 않더랍니다. 속에서 전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결국 오늘 작은 놈은 학교가기 전에 병원에 간다고 누워 있었다더군요.

 

조조 영화를 보러간다고 혼자 전철을 타러 나선 큰놈이 약을 먹었는데도 설사가 난다고 하면서 내일 귀대하는 날인데 큰일이라고 제 모친에게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 동생을 타박하는데 브랜드 있는 집에 통닭을 시키라고 그리 말했는데도 굳이 자기반에 통닭집하는 친구가 있다고 그리로 주문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 배달 온 통닭을 처음 봤을 때에 왠지 닭고기 튀김옷의 컬러가 좀 우중충하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분위기깰까 싶어서 말을 안했지요.

 

친구 집이 장사가 안 되서 어렵다는 말을 듣고 의리를 발휘했나 본데 연 이틀 두 놈이 설사를 해대니 큰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조금 먹은 저도 말을 안 했을 뿐이지 속이 별로인 겁니다. 근데 마누라도 설사가 난다고 아침에 가스명수를 좀 사다달라고 하더군요. 통닭 근처에도 안 갔는데 말입니다.

 

마누라 성질에 그런 음식을 만들어 판 가게를 가만둘리 없는데 아들 친구집이라 하니 속은 속대로 상하고 아들은 또 지가 저지른 죄가 있어서 배가 아파도 말도 못하고.......올 년말은 온 식구가 속으로 앓으면서 보내야 될 모양입니다. 큰놈은 지금쯤 영화관에서 ‘호빗’을 보고 있을 시간인데 영화보다가 똥이나 안 싸는지 참말로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