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야그

사람은 많이 우스운 동물입니다^

★진달래★ 2013. 3. 28. 20:43

뒷고기와 순대 그리고 여자손

 

 

마누라가 화가 많이 났더군요. 지난 일요일 같이 등산을 가기로 했지만 사무실에 일이 바빠서 아들이랑 둘이서 가라고 하고 출근을 했었지요. 2시쯤 퇴근을 해서 집에서 라면을 하나 끓여서 점심을 떼우고 있는데, (아! 계란은 두 개). 산에서 돌아온 아들도 마누라도 얼굴 조명이 정상이 아니더군요.

 

아니 즐겁게 산에 갔다가 뭔 일이야? 하고 물어도 아들은 샤워만 하고 제방에 쏙! 들어가 버리는데 아들 방에 간 마누라가 뭐라고, 뭐라고 아들에게 성질을 부리더라고요. 그러고서는 나한테로 와서는 황소 눈동자를 굴리면서 말하길,

 

도대체 이런 식당을 그냥 놔둬야 하냐? 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조용조용히 흥분하지 말고 말해보라니까, 아들이랑 등산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는 겁니다. 근데 그날따라 아들이 집에 가서 점심을 먹자고 하면서 사먹기 싫다고 하더라는 겁니다. 그래도 마누라는 아들이 마음에 없는 사양을 하는 줄 알고 근처 돈가스 집으로 데리고 간 모양입니다.

 

새로 생긴 식당에서 아들이랑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와장창하면서 테이블에 뭔가가 덮쳤다는 겁니다. 소스가 튀고 그릇이 깨지고 난리가 난 그 와중에 마누라는 너무 놀라서 간이 떨어질 뻔 했다는 거지요. 알고 보니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가족 중 완전 많이 설치던 아이가 테이블 사이의 칸막이를 넘어뜨려서 그게 식탁을 덮친 거랍니다.

 

놀라서 정신없는 와중에 마누라는 먹다 말고 식당을 나왔는데 식당주인도 그 아이의 부모도 마누라에게 정돈된 사과 한마디 안했으며 더구나 많이 놀란 엄마 걱정을 해야 할 아들마저 “ 안 먹는다니까 자꾸 가자고 하더니...” 하면서 툴툴거렸다는 겁니다.

 

그려서 화가 난 마누라는 아들에게 니가 그럴 수 있냐? 는 것이었고 나에게는 명색 관공서에서 밥을 먹는 인물이니 아이들이 많이 오는 식당에 칸막이를 고정도 안하고 그렇게 쉽게 넘어지도록 방치한 식당 주인을 혼 좀 내라는 것이었지요.

 

그려서 그게 무슨 말이냐? 우리도 애를 키워봤지만 어린애가 뛰다가 그런 걸 식당 주인이 뭔 죄냐? 그걸 무슨 수로 내가 혼을 내? 차라리 그 자리에서 아이 부모에게 사과를 받던지 해야지 집에 와서 화를 내냐고? 했더니, 그때는 너무 놀라 그럴 정신이 없더라는 거였지요. 그래서 그 집 상호나 전화번호 알아왔냐고 했더니 아무것도 아는 게 없고 처음 간 집이라고 하는데 낸들 어쩌라는 것입니까? 하하하.

 

마누라 생각에는 그래도 마누라가 밥 먹다가 놀랐으니까 서방이 식당을 알아가지고 으름장을 좀 놓았으면 싶었던지 이틀을 통 시무룩해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제 퇴근하는 길에 전화로 중간에 만나 우리 동네에서 유명한 부부뒷고기집이라는 식당엘 간 겁니다. 유통과정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뒷고기라는 게 김해에만 있다고 하는데 기름기가 없는 돼지고기로 참 인기가 높습니다.

 

고기를 3인분만 주문했다가 먹어보니 땡겨서 5인분을 먹고 소주 한 병을 마셨더니 마누라 속도 풀리고 제 속도 풀리고 뭐 그렇더군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보기 싫다가 마주 앉아 술 한 잔 밥 한 그릇 먹고 보면 또 괜찮은 게, 인간이란 참 묘한 동물입니다.

 

남의 집 아들 때문에 말싸움하고 연 이틀 시무룩하게 지내다가 기름기 없는 담백한 고기 5인분 먹고 나서 우리집 분위기도 담백하게 됐다는 말씀이지요. 내일은 큰 아들이 5박6일 휴가 나온다고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남겼는데 이놈의 뒷고기 집을 한 번 더 가야될 거 같네요.

 

사는 게 참 싱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