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아십니까?
홍콩시내 전경
하루 2시간 정도, 천변 산책로를 걸어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어제 또 새벽시장 근처에서 남녀1조로 다니는 수상한 사람에게 팔을 잡혔습니다. 그 여자가 말하길 ‘이야기 좀 하시면 안 되겠냐?’ 하는데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도대체 언제 봤다고 생면부지인 여자가 지랑 무슨 속 깊은 이야기를 하자는 것인지? 조금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만, 쌩 까고 가던 길을 갔습니다. 여자가 예쁘지 않아서 그런 거는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녁밥을 먹으면서 마누라한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사람이 얼마나 어벙하게 보이면 그런 사기꾼이 붙잡겠느냐?” 고 하면서, 내가 이런 덜떨어진 인간하고 계속 살아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입니다. 언제 술김에라도 내 스스로 잘나고 훌륭한 인간이라고 말한 적이 없었는데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유구무언이었습니다. 억울했습니다.ㅠㅠ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여 우리 직원들 중에도 그런 애매모호한 상황을 겪은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신망이 높으신 과장님도, 나보다 신체조건이 월등한 직원도 붙잡힌 경험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 남녀1조가 좀 모자라 보이는 사람만, 봐가면서 붙잡는 게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 행복하다는 생각이 장창을 거머쥐고 전두엽을 뚫고 튀어나오려는 걸 간신히 억제하였습니다. 맘이 놓였습니다. 히히
그러면 도대체 그 남녀1조는 뭐하는 사람일까요? 둘 다 작은 가방을 하나씩 메고 있는데, 남자가 먼저 “이야기 좀 하고 가시면 안 될까요? 하고 한마디를 던지면 여자가 2차로 소매를 잡으면서 조금 더 간절한 목소리로 같은 말을 하더군요. 그 사람들이 바로 “도를 아십니까?” 라는 조직이라고 하더이다.
일단 말을 받아주기만 하면 착 달라붙어서 “지금은 조상이 잘 돌봐주고 있어서 얼굴에 광채가 나지만 당장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큰 사고나 횡액을 당하게 된다. 그러니 신을 모신 곳으로 가서 제사를 지내자!” 고 겁을 준다는 것입니다.
뭐, 그래서 마음이 약하거나 현재 곤란한 사태에 빠져있는 사람이 솔깃하여 따라 간다는데 그 집에 들어서서 제사상 앞에 서는 순간, 온갖 자존심을 건드리는 언사와 모욕적인 행패를 하거나 해서 호주머니를 쏠랑 비우게 한다는 거지요. 목표는 돈 아니겠습니까?
오랫동안 새벽시장 근처에 이 무리가 자주 출몰을 하는 것은 아예 서식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크게 당한 사람이 없어서 신고를 안 한 탓인지 참 껄쩍지근합니다.
어쨌든지 간에 누구든 이 족속에게 안 걸려들어야 할 텐데 별 힘도 없는 인간이라 걱정만 합니다. 가뜩이나 살기도 어려운 세상에, 그 어려운 ‘도’까지 아느냐? 고 지랄을 하니 머리 나쁜 사람은 어디 낄 데가 없는데, 불량한 종교가 그렇듯이 공포심과 불안감을 조성해대니 갈수록 지구환경이 많이 나빠집니다.
다음에 또 붙잡혀서 ‘도를 아십니까?’ 하고 물으면, 도를 안다고 해야 되나? 모른다고 해야 되나? 고민을 하다가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이 무리들을 한방에 물리칠 수 있는 묘안이 있더군요. 이 조직이 이야기 좀 하자고 팔을 잡으면 목소리를 내리깔면서
‘보험하나 들어주실래요?’ 하면 바로 돌아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