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야그

갈등관계

★진달래★ 2013. 6. 30. 16:43

 

 

달포 전부터 14층에 사시는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고 아내가 궁금해 하더군요. 몸집이 퉁퉁하면서 성격이 아주 서글서글하신 그 할머니는 얼마나 부지런하신지 그냥 노는 걸 못 봤구요, 항상 작은 손수레를 끌고 다니시면서 특히 분리수거 하는 날은 현관 앞에서 쓸만한 물건들을 자기에게 달라고 그러시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두꺼운 책이나 종이류들은 자기 친구가 고물상을 하는데 주고 싶다고 꼭 가져가시더만요. 우리는 그저 그런 줄만 알았답니다. 부지런하시고 정이 많으신 분으로....

 

근데 지난 토요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할머니가 자기 자식들에게도 말하지 아니하고 절에 들어가셨다는 겁니다. 폐지를 모으고 고물을 모으신 것은 절에 들어가기 위해 돈을 좀 모으려고 그러셨다는 것이고, 모르는 사이에 며느리와 너무 갈등이 심했었다고 합니다.

 

뒤늦게 그런 사실을 안 아들이 수소문을 하던 차에 무슨 연락을 받긴 했나 본데 자식 필요없다......라고 하신 모양입니다. 7~8년간을 손수레 끌고 다니시면서 고물을 모으신 것으로 봐서 미리 준비를 하셨던 거지요.

 

이 개명한 21세기에 아직도 대화로 풀리지 않는 고부갈등이 존재하다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녁 먹는 자리에서 아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서 정말 자식 잘 키워야 된다! 라고 했는데, 6월말에 제대하고 집에 와 있는 큰놈은 음.....침묵을 지켰고 작은 아들은 결혼해도 꼭 엄마 아빠하고 살거라고 큰 소리를 탕탕 치더군요.

 

사람과 사람,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 사이의 건너지 못하는 강....고부관계, 장사관계, 이거 잘 푸는 해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