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야그

고추 빻으셨는지?

★진달래★ 2013. 10. 3. 17:36

 

 

벌써 김장을 준비할 시기가 됐나 봅니다. 재래시장에 고춧가루를 사러 가자고 하더군요. 추석 전에 구매해둔 재래시장 상품권도 있고 해서 말입니다. 사실 이 재래시장 살리기 상품권은 말이 상품권이지 거의 강제로 돈을 내라고 해서 상품권으로 바꿔주는 것인데 재래시장 살리기에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지 재래시장 상인들도 현금이 좋지 상품권은 별로라고 하더군요.

 

올해는 TV나 신문에서 고추농사가 아주 풍작이라서 근당 8,000원 정도로 고추값이 매우 싸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고춧가루가 좀 싸겠거니 했더만, 어라! 혹시나가 역시나로 근당 8,000원짜리 고추는 보이지도 않고 두 종류만 있는데 그나마 좀 나아보이는 것이 14,000원이라더군요. 총각에게 올해 고추가 싸다고 난린데 왜 이렀냐고 물어보니 밭에서 꼭지 안 따고 닦지도 않은 거 바로 구매하면 근당 8,000원 정도하겠지요? 하는 겁니다. 그럼 그 신문기자나 뉴스기자는 뭘 알고 씨부린 것이야? 넨장...

 

옇던 간에 좋은 걸로 주문을 해놓고 기다리면서 마누라는 총각한테 얼굴 좋아 보이는데 장가 간 거 아니냐? 모친은 왜 안 나왔냐? 고 취조를 하다가 고춧가루 빻은 걸 계산하는데 총각이 2,000원을 깎아주더군요. 나오다가 배도 고픈 김에 재래시장도 살리자고 오랜만에 노천식당에 가서 손칼국수나 한 그릇씩 먹자해서 고춧가루 봉지를 흔들면서 노천식당엘 찾아갔습니다.

 

 

 

 

이 노천 칼국수 식당은 칸막이 없이 8-9개 가게가 두 줄로 마주보고 있는 곳인데 이상하게도 손님이 있는 집은 늘 있고 빈집은 늘 비어 있어서 단골집까지 걸어가는데 쳐다보는 빈 식당 주인 보기가 좀 낯간지럽고 그럽디다. 근데 어제는 입구에 들어서니 뭔가 왁자지껄하는 것이 가는 날이 장날인지 싸움이 붙었더군요.

 

아무리 그 집 칼국수가 맛이 있어도 그렇지 그 난리통에 사먹기는 좀 뭐해서 발길을 돌려 시장입구에 있는 칼국수 집엘 갔는데 그 집은 정말 오래된, 30여년 전부터 칼수집을 했다고 합니다. 맛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는데 달라진 거는 주인아저씨 머리카락 숫자하고 허리 굽은 각도더군요.

 

나오다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서 있는 가게를 구경하는데 무슨 지푸라기 비슷한 마른 식물줄기를 팔기에 뭐냐고 물었더니 베트남 사람들이 즐겨먹는 인기 좋은 강장풀이라 하더군요. 옆에 있던 시커먼 애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 나보고 사먹어보라고 하기에, 노! 푸라블럼^^ 했더니 와, 웃더군요.

 

아, 시장을 나오다가 마누라가 TV 어디서 봤는데 애들 공부방에 달아 놓으면 은은한 종소리가 정신집중에 좋다고 하더라면서 종을 하나 사서 현관에 붙여 놓았는데, 어제 하루 종소리 들었는데도 질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거, 거실 소파에서 낮잠 자는 사람 깨우는 데는 직빵이더군요. 은은하기는 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