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물든 사람이 더해요!
오늘 식당엘 갔더니.........
아침 8:35분부터 민원전화가 빗발치더군요. 어제 야간단속을 나간 탓인지 체납자들의 전화가 북새통을 이루는 것입니다. 다른 업무를 못 볼 정도로 상담전화가 쏟아지는데 사실 저보다 세법에 대해 더 많이 아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관련 법규에 대해 지식이 적을 뿐 아니라 경험도 일천한지라 왜 체납세가 이리 많으냐고 따지고 드는 전화에는 당장 대답도 불가능하고 일일이 컴퓨터 검색을 해봐야 되니 사실 제가 더 답답할 노릇이지요.
이렇게 문의전화에 즉각적으로 응대를 못하다 보니 오늘은 그것도 모르면서 그 자리에 앉아 있느냐고 말을 던지는 민원인도 있었는데 ㅋㅋㅋ, 저도 사람인데 뭐든 처음부터 다 잘 알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답변이 늦어서 무지무지 죄송합니다! 라고 했더니 그만 하하하 웃더이다. 뭐 제 말이 틀리는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모르는 건 모르는 일이지요. 체면 차린다고 아는 체 하다가 시민 재산에 손해를 입힌다면 그게 더 큰일 아니겠습니까?
열을 잔뜩 받은 전화가 있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금액이 11만여 원이더군요. 조목조목 따지는 폼이 공부를 좀 하신 분 같은데 5년 전의 체납액에 대해 물어 보는데 그거 찾아내느라고 한참을 헤맸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게 얼마나 쉽고도 어려운 것인지 바로 옆 칸에 있는 걸 모르고 클릭을 못한 것이더라고요.
어쨌든 직원 도움을 받아 20여분의 상담을 마치고 바로 입금을 할 것 같던 그 양반이 끝내 저를 갈구려는지 상담한 내용을 잘 정리해서 팩스로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눈물을 머금고 서류로 만들어 팩스로 송신했는데, 넨장! 퇴근시간까지 납부를 안 하더군요.
11만여 원이 납부되는지 몇 번이나 확인을 했는데....어휴....배운 사람이 더하더이다. 본인 잘못으로 체납세액이 늘어난 것인데 왜 연락을 안 해 줬느냐고 따지다가 고지서 통지 내역을 보여주면 사무실 여직원이 안 보여줬다라고 발뺌을 하니....ㅊㅊㅊ.
오후에는 작업복에 흙이 더덕더덕 묻은 63년생 아저씨가 찾아왔는데 130만원 가까운 체납세를 좀 깎아달라는 통에 진을 뺐습니다. 깎아줄 능력이 없는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마음이 아프더군요. 오늘 외지로 출장을 꼭 가야한다고 사정사정을 하는 통에 50여만 원을 우선 내도록 하고 차 번호판을 내줬는데 그 양반 오늘 일이 잘 됐는지 궁금하네요.
종일 입씨름하고 나니 만신이 귀찮아졌는데 퇴근하고 집에 와서 설 차례상 지짐이랑 한잔했더니 그래도 피로가 좀 가셔지는 듯해서 이렇게 흔적을 남깁니다.
존경하는 블로거님들 설 잘 쇠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