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야그

보기 좋지 뭘!

★진달래★ 2005. 5. 24. 13:45

[박은주의 '발칙 칼럼'] 아! 부당하신 부당님

파인 옷 입으면 “시원하네” 목까지 채우면 “웬 수녀복”
남자만 만나면 “애인이냐”
박은주 jeeny@chosun.com
입력 : 2005.05.23 18:50 53' / 수정 : 2005.05.24 00:26 51'


 


▲ 박은주/엔터테인먼트부 부장
남자: “야, 오늘 남자 만나는구나? 치마까지 입었네.”

여자: “네?”

남자: “아, 어제 회사앞 식당에서 봤던 그 남자야?”

여자: “걘, 친군데요.”

남자: “에이, 남녀가 친구가 어딨어. 사귄 지 오래됐어?”

여자: “진짜 친구라니까요. 친.구.요.”

남자: (부장님 말투로) “아니면 말지 왜 화를 내나.

테이크 잇 이지, 몰라?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쿨해져야지. 요즘 당신 세대들은 ‘쿨’한 게 유행이라며, 안 그래?”

여자: (부장이다, 부장이다 두 번 외운다) “네.”

 

술자리의 그 남자 “아 요즘 어린 애들은 쿨하다 쿨하다 하면서 왜 남자 얘기만 나오면 금방 샐쭉해지냐. 자기들끼리는 별 얘기 다 한다며. 선배가 애정을 갖고 얘기해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요즘 애들은 선배하고 통 커뮤니케이션이 없어요. 솔직히 나도 아이디어 내느라 엄청 바쁘구먼, 저희들한테 일일이 신경 써주는 게 얼마나 힘든데. 안 그래?

 

게다가 회사가 놀이터야, 파티장이야. 만날 푹 파인 옷을 입고 와서, 인사할 때마다 손으로 가슴팍을 가리는 건 뭐하는 짓이야. 내가 만날 저희들 가슴팍만 보려는 치한인 줄 알아?

 

내가 요즘 성희롱인가 뭔가 땜에 얼마나 신경쓰는데. 암튼 요즘말로 진짜 ‘짱난다’니깐. 야, 언니야, 여기 ‘잔이슬’ 한 병 더. 근데 여긴 서비스 안주 없냐?”

 


그 여자의 블로그 사생활에 너무 관심 많으신 부장님. 아이디어 낼 땐 심드렁하시다가, 왜 그렇게 옷과 남자 관계에만 ‘오토 포커스’인지.

 

파인 걸 입고 오면 부장님 말한다. “어이, 시원하네.” 다음 날 열받아서 목까지 채우고 오면 또 말하신다. “어라, 오늘은 수녀복이네.” 구닥다리 코멘트에 웃어주는 것도 이제 지친다.

 

동창이든, 동생이든, 동문이든, 회사 근처서 남자만 만나면 부장님 말한다. “남자 만나데.” 하긴 오늘은 후렴구는 없었다.

 

“남잔 말야, 남자가 봐야 더 잘 알아. 나한테 한 번 데려와. 내 동생이 은숙이잖아. 이름이 비슷해서 하는 소리야….” 부장이 점심 먹자 하면 없던 약속이 갑자기 생각나고 싶다. 아, 부당하신 부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