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다
우리 동네에서 집안이 좀 뜨르르한 부자가 있습니다.
그 집에 얼굴 잘 생기고 키 크고 - 뭐 - 그런 아들이 있는데 - 최근 미국 유학 갔다 와서 취직이 마땅찮아 백수로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떤 마담뚜가 중매를 섰는데 상대편 여자 집은 말만하면 누군지 다 아는 전국적으로 뜨르르한 집안이다는 겁니다.
물론 전국적 뜨르르 집안이 말도 안 되는 상대라고 거들떠보지도 안했다는 걸 이 키 크고 잘 생긴 백수가 그 집 딸을 어떻게 후려잡았는지 드라마 비스무리하게 아가씨가 그 놈 아니면 죽는다고 하는 바람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이 말입니다.
그려서 결혼을 하는데 지방 뜨르르 집도 돈은 제법 있고 해서 세간을 어느 정도 수준 맞춰 준비를 했더랬는데 새댁 될 아가씨가 한번 휘둘러 보고는 바로 그 준비된 세간을 몽땅 들어내 버리고 몇 천만원짜리 장롱이며 전자제품을 새로 가져 왔더란 거지요. 돈 좋고~~ 물건 좋고~~
문제는 그 버려진 장롱을 집안 10여촌 되는 사람이 쓰겠다고 주워 갔는데 글쎄올시다. 그 호화스런 장롱을 방에 들여 놓을랴니 천정이 낮아서 택도 없더란 거지요. 그 놈의 장롱을 한번 써볼랴면 집을 새로 짓던지 아니면 장롱 높이에 맞는 집으로 이사를 가야할 판이라서 그 양반이 버리지도 쓰지도 못하는 장롱을 마당에 세워 놓고 비와도 걱정 햇볕나도 걱정....볼때기 살이 쪼옥 빠졌다네요.
점심 먹다 말고 다들 웃었는데......그 양반이 영원한 서민 우리 자화상 아니겠습니까? 흐이구.....우리는 언제 몇 천만원짜리 장롱에 옷 한번 걸어 보나? ......싶어서리 ,
조금 초라해지더만요......츠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