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야그

자다 홍두께

★진달래★ 2005. 8. 17. 09:45

 

 

일주일째 컴퓨터의 시디롬이 고장나 늦둥이가 학원숙제인 영어회화 동영상을 공부하지 못한다고 짜증을 부렸다. 하하 공부는 핑계일 것이고 게임을 못하니 그것이 속상하겠지 이놈아 내가 니애비다.


구입처의 기사한테 전화를 두 번이나 했지만 휴가를 갔는지 오지도 않고 이래저래 시간만 가는 것이다. 저녁 먹는데 마누라가 그냥 정품으로 사지 뭘 싸다고 조립품을 사가지고서는 수리비만 더 드는 것 아니냐면서 당신은 맨날 아낀다는 것이 더 손해보더라고 염장을 지른다.


에이그 참자 참아.....조립품이라지만 십년도 넘게 알고 지내는 거래처 기사가 권해서 거의 반에 반값으로 구입했고 것도 여태 고장없이 잘 써왔는데 뭘 또 긁어대는지.....한마디 더 거들면 날 더운데 또 티각태각 하지 싶어서.....참고 자는데 웬걸 10만원 안깨지고 CD ROM을 고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잠이 잘 안오는 거였다.


그러다 불현듯 창고에 처박아둔 옛날 PC가 생각나면서 수년전 그 PC의 CD ROM을 정품으로 한번 갈았더란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공구를 찾아들고 창고를 뒤져 오래전 PC를 꺼내보니 40배속의 CD ROM 정품이 레테르도 안뜯어진 채 웃고 있는 것이다.

 

오밤중에 자다가 일어나서 빤데기 바람으로 컴퓨터 고쳐보기도 첨이네 싶은 생각에 낄낄거리며 본체를 분해하는데 잠귀 밝은 마누라 그새 또 기척을 듣고 나와 참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돈버는 놈은 내 혼잔데 내라도 아껴야지 싶어 갖은 볼트를 다 풀어 CD ROM을 들어내고 보니 3시...설핏 눈꺼풀이 다시 내려 앉는다.

 

마누라 등산가는 5시에 일어나 새컴퓨터에 조립하면 되겠거니 하고 자는데 아이고메.....비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 분명 마누라 산엘 간다고 일어났을 터인데 깨워주지도 않고 다시 한잠이 들었나 보다.


잠 깨운다고 앙살을 지길까봐 5시반의 어슴프레한 어둠 속에서 새컴퓨터를 분해한다고 떨꺼덕거리자니 마누라 “올빼미가!” 해서 불 켜고 정식으로 수리에 들어갔다.

 

CD를 읽어내지 못하는 52배속의 ROM을 빼내고 40배속을 조립해 동영상 CD를 장착하니 얼쑤 지화자~~ 곧바로 얼굴도 이쁜 미국애들이 나와 하이! 이즈디스 유어스쿨 어쩌구저쩌구 해대는 것이다.


궁댕이를 내쪽으로 돌리고 자는 체 하던 마누라 꼬부랑말이 들리니 자기도 반가운지 고칫나? 하며 생색을 내는데 “음......역시 당신 서방은 대단해, 오늘 10만원 벌었다!” 했더니 금새 “그럼 오늘 외식하면 되겠군!” 그런다. 으이그....말이나 안하면 밉지나 않지.....?

 

아침밥 먹으면서 CD 고쳐놨다고 했더니 늦둥이 엄청 좋아하면서 숟가락 놓자마자 회화 공부한다고 난리를 쳐대더니 출근해서 전화해 보니 벌써 게임 삼매경에 빠져 숨도 안 쉬노라 한다.


그럼 그렇지...지놈이 언제부터 공부를 못해 걱정을 했더라고....좌우지간 우리집에서 젤 불쌍한 놈이 나여 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