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야그

연례행사

★진달래★ 2005. 9. 5. 09:30
 

 

벌초! 다녀왔습니다.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온몸에 풀쐐기에게 쏠린 자국이 벌겋습니다. 연례행사지만 할 때마다 왜 그렇게 하기가 싫고 안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까요?


추석이 빨라서인지 벌초인구가 집중되어 선산에 도착한 시간도 늦었는데 예초기까지 고장......이래저래 조상님 덕분에 후손들 배곯았습니다.


사람은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는데 뭣땜에 이렇게 죽은 영혼을 깨우며 시끄럽게 풀을 깍아대고 묘지를 복토해야 하는지.....


동생이 나이를 먹어가니 너무 힘이 든다고 내년부터는 4대조까지만 벌초하면 안될까하고 어른들께 건의를 하다가 대갈통 깨질뻔 했습니다.


좌우지간 죽은 자에 대해 이처럼 정성을 기울이는 나라도 아마 세상에 드물 것입니다. 5시에 점심 먹는데 문중 어르신 한집한집 이름 불러가면서 질부는 어쩌고 왜 혼자 왔냐? 애라도 데리고 와야지...요새 안 바쁜 집 어디 있냐? 혼자 온 집 5만원 안 온 집 10만원....노가다하고 벌금내고....정말 돌겠습니다.


집에 돌아와 오늘 혼자 벌초 가서 어른들한테 뜯긴 걸 얘기하면서 마누라 더러 올 묘제부터는 무조건 가족이 다 참석하자고 운을 뗐더니만...“가는 건 좋은데 당신도 보다시피 인사하는 데만 반나절 안 걸리더나? 거기다가 설거지 끝나면 밤중이고?”


흐흐흐 이런 이래저래 서방만 죽을 판입니다.

묘제 때 줄 서는 순서가 42번일 정도로 항렬이 낮다보니 마누라 한번 가면 거짓말 좀 보태 어른들께 인사하는 데만 두어시간 걸리고 종일 집안 일에 차라리 뒤에 한번 욕 듣는 게 낫다고 참석 잘 안하려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얼마나 아픈지 하루 휴가내고 싶은 걸 억지로 출근했습니다. 남자들 정말 불쌍한 백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