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야그

조문가다

★진달래★ 2005. 9. 21. 09:50
 

 

추석 지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운명을 달리하는 어르신들이 많나 봅니다. 무려 7건의 상가알림이 공지사항에 뜨는데 부의금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어제는 지난달로 퇴임한 전직 국장이 모친상을 당했기에 조문을 갔었지요. 권불 10년이라 했던가요? 현직에 있었다면 아마 뻑쩍지근하게 사람들이 붐볐을 터인데 퇴임 20여일이 채 지났을 뿐인 상가는 생각외로 한산했습니다.


그래도 재임시 평판이나 인간성이 좋아 직원들이 더러 찾아보고 있으니 정말 다행이지요. 8순을 넘긴 모친의 상이라 다들 호상이라 이야기들 하나 세상에 부모가 명을 달리 하는데 호상이라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조문 온 손님들이 빈소를 나오면서 다들 한번씩 크게 웃곤 했는데 그건 호상이라서가 아니라 손님을 맞는 상주를 구분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마침 전직 국장되시는 양반이 빈소를 잠깐 비운 사이에 손님들이 너무 닮은 동생을 보고 다들 “국장님 얼마나 애통하신지요~~” 하고 조문을 하는 바람에 그 동생 되시는 양반이 오는 손님마다 “저는 동생입니다” 를 먼저 말해야 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세상에 쌍둥이도 아니면서 어찌 그리 닮은 형제가 있는지.....경건해야 할 상가에 웃음소리가 낭자했습니다.

 

분명 인자하셨을 가신 그 분은 죽어서도 자식들에게 웃음을 남겨 주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