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야그

폭우

★진달래★ 2005. 9. 22. 09:46

 

 

앞이 깜깜했다.

첨에는 약간의 이슬비 같이 시작하더만 작은 놈 태워 학교 앞에 이르자 폭우로 변하는 것이었다.


천지사방이 암흑으로 변하면서 라이트도 소용없고 에어컨을 켜도 밖이 보이지 않았다. 다니지는 않지만은 드디어 그 사람들이 줄창 읊어대는 세상 종말의 시작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상상을 해봤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한번 태어나면 가는 건 똑 같아서 짜다리 떨 것도 없지만은 애가 내리지를 못해서 차 뒤로 돌아가 우산 펴주는 새에 물에 빠진 머시기가 되고 말았다. 넨장 출근해서 열심히 일할라는 판에 등더리가 찹찹하니 기분이 별로다.


2차선으로 서행을 하는데 10년 넘은 구루마 바퀴가 물살에 약간 쏠리는 것이다. 여기서 좀 더 하면 미국을 후드리 패버린 카트리나고 리타쯤 되겠다. 바짝 따라오는 갤로퍼를 못 본체 하고 일차선으로 좀 급박하게 들어갔다.


짜식이 아마 10원짜리를 한번 뱉았을 것이다. 물론 깜빡이는 착실하게 넣었지만 어두워서 안보였을 수도 있었겠고 아니면 못 봤을 수도 있었겠지만 물살에 떠내려가는 것보다는 욕한번 먹기로 작정했으니 이건 순전히 나의 이기적인 에고다.


장난하는 건지.....사무실에 오니 하늘이 말끔하다.

이 폭우에 우산도 없이 비 한방울 맞지 않고 출근하신 양반이 천기를 읽는 자신의 우등성을 이야기 한다. 대단하다.


어쨌던 요즘 내 주위에 두발 달린 동물은 물론 보이지 않는 거시기들까지 제 멋대로 노는 경우가 넘넘 많다. 성질 더러운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 수가 있다하니 몸조심해야 되겠다.


아침 일기예보에는 전혀 비 안온다고 했다.